나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다. 마주하는 현실에 대해 비관하거나 도전을 두려워하거나 실패에 의기소침 해하지 않는 편이다. 회사를 선택할 때도, 창업을 결정할 때도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더 컸다. 하고자 하는 일에는 굉장한 집착을 보이는 면을 가진 것 같다. 궁금한 것은 답을 나올 때까지 풀어야 속이 시원하다. 일도 그렇고, 사람 관계도 그렇다. 해보지 않고 고민하는 게 더 어렵다. 선천적인 긍정 마인드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매우 좋은 동력이 되고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스트레스받기 전에 얼른 해치우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어린 시절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모두 좋아했다) 당연히 대학 진학할 때도 자연스럽게 컴퓨터 전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 전공을 선택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게 내 꿈은 아니었다. 나는 그저 평범했고, 대단한 꿈보다는 내가 지금 당장 즐거운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큰 고민 없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한 대학 전공이 나를 15년 이상을 개발자로 살아가게 할지, 이런 회사를 차리게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
2014년에 입사해 2017년까지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급성장한 시기를 함께했다. 나는 당시 빌링정산개발팀장이었는데,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일은 회사가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만드는 것이기에 실제적으로 성장의 힘은 일꾼들에게 있다. 빠른 성장을 경험한다는 것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이뤄지는 의사결정, 바쁜 일정 속에 고단한 하루를 보내기가 일쑤였지만 그만큼 최선을 다하는 기쁨도 컸다. 물리적인 컴퍼니 하드웨어와 휴먼 소프트웨어가 '동반성장'하는 것은 기업, 특히 스타트업 기업이 갖춰야 할 중요한 가치이자 덕목이다.
먼저 우아한형제들에서 퇴사를 결심할 때 이미 동시에 창업을 결정했을 때였다. 동료들이 기쁘게 축하했고, 도전을 독려하고 응원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창업을 시작한 멤버들이 꽤 많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정도로 다들 잘 하고 있다.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서는 이들을 응원하는 분위기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창업 이후에도 내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직접 사용해보며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 외에도 일일이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나를 돕는 손들이 많이 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9년째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데, 최근에 이사를 했다. 원래 빌라에 살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싶은 마음에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단독주택이 관리는 무척 힘들지만 우리만의 마당을 두 아이들이 좋아하니 대만족이다. 부암동은 양 모서리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끼고 있어 서울인데도 공기가 좋은 편이다. 원래 하늘, 별을 보고 사는 게 힘들었는데 이집으로 이사오고 나서는 꽤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종로 자체가 주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
이름: 근근이(여, 9세)
견종: 웰시코기
특기: 자본주의 애교
좌우명: 조심 또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
이름 : 유유(여, 9세)
견종 : 웰시코기
특기 : 못하는 게 없음. 그러나 잘하는 것도 없음
좌우명 : 고민하면 늙는다
두 아이가 정말 똑같이 생겼다. 사람들도 모두 성격이 다른 것처럼 개들도 그렇다. 이 둘도 성격이 정말 다르다. 아기 때 데려와 같이 오랜 세월을 지내다 보니 지금은 누가 누구를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교감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크다. 내가 이들을 이해해줄 때도 있지만, 얘들이 나를 이해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함께 만든 추억들도 정말 많다. 나는 여행을 갈 때도 꼭 함께 다닌다. '근유(두 아이의 이름을 합쳐서 이렇게 부른다)'가 온 이후, 내 삶의 모든 추억 속에는 근유가 함께 있다.
'반려생활'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편리한 삶을 위해 개발된 솔루션이다. 직접 반려견과 지내면서 불편했던 부분들, 필요한 사항들을 모아서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흔히 내가 필요해서, 이런 게 없어서 만들었다는 스타트업의 흔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반려인구 1500만 시대에 갑자기 반려동물이 아픈 응급 상황에 데려갈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거나, 함께 여행이 가능한 숙소는커녕 동반 가능한 카페나 식당을 찾기도 어렵다. 검색과 공유의 시대에 여전히 반려인구의 불편함은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나와 같은 반려인들을 위한 정보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게 됐다. 그런데 창업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사무실 지출 비용일 것이다. 그런데 지인에게서 소식을 전해 듣고 지원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사무실 이전 문제로 고민 중이었는데 마침 우리 회사의 조건과 잘 맞기도 했고, 센터에서도 우리의 서비스를 좋게 봐주셔서 입주할 수 있었다. 큰 시름을 덜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실 나도 초기 단계라서 누구에게 조언을 해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여러 경험자들을 통해 실제적인 정보를 많이 수집하고, 그 정보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잘 살펴보는 게 좋다. 종로창업센터처럼 각 지자체, 단체별 청년 창업을 지원해주는 패키지를 알아보면 도움이 된다. 나는 작년에 청년사관학교에 입교해서 교육을 수료했는데 그곳에서 몰랐던 정보를 알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행정적인 정보도 있지만, 다양한 창업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도 가능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성향,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 '반려생활'은 대부분 반려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려인이 아니더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만들어갈 가치의 방향이 맞지 않는다면 함께 갈 수 없다.
아무래도 지금은 '반려생활'에 집중하는 시기라 이 서비스를 대중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반려인들에게 꼭 필요한 어플리케이션, 반려인들의 '네이버'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더 연구해서 '반려생활'이 반려생활에 관한 포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 1,500만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더할 나위 없겠다.
아직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처음 창업을 할 때 '반려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회사가 성장해도 회사와 운영 중심의 구조가 아닌 서비스 대상자들을 위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 서비스 대상자 중의 한 명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생겨서 조금은 어깨가 무겁다. 구성원들이 '반려생활'에서 일한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고 구성원들을 신뢰하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다. 좋은 리더십은 함께 성장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순간에 동참함으로써 '함께'라는 존재감을 가질 때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반려생활' 플랫폼이 공유와 공감을 모토로 하는 것처럼 그것은 내 삶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순간을 꿈꾼다.
INTERVIEWEE |
이혜미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u_corgi/
반려생활 홈페이지 | http://ban-life.com
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반려생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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