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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들극장 개관2주년 대담 – 김숙희 아이들극장 예술감독
작성자 : 브라이어스 등록일시 : 2018-05-28 조회 : 6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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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사진 1> <2018 아이들거리축제>

 

Q. 우선 축하드립니다. 개관일에 거리극 축제도 선보이고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준 것이 얼마 전 같은데 벌써 2주년을 맞이하였네요. 소감이 어떠신지요?

김숙희: 감개무량합니다. 오랫동안 소원했던 극장이 지어지고 첫 1년은 정신 없이 지나가서 1주년 때는 소감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2주년을 맞이하면서는 좀더 차분하게 지난 2년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공립 어린이전용극장을 꾸려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Q. 2년 동안 참 많은 공연과 행사들이 아이들극장에서 열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입니까?

김숙희: 우리가 처음에 극장을 개관하면서 세운 목표가 1년에 최소한 한 편씩 기획 공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 <무지개섬 이야기>, 2017년 <엄마 이야기>, 그리고 2018년 <위험한 실험실 B-123>로 그 목표를 이루었어요. 저는 아이들극장은 국공립극장으로서 티켓을 파는 작품보다는 당위성이 있는 작품을 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의 비위를 맞추는 작품이 아니라 다른 아동극들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올해 제작한 <위험한 실험실 B-123>이 마음에 듭니다. 세상이 마냥 아름답다고 포장하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라고 격려하고자 했거든요.

<사진2> <사진 2> 공연<무지개섬 이야기>, 2016년 초연

 

Q. <무지개섬 이야기>는 이미 재공연이 되었는데 <엄마 이야기>와 <위험한 실험실 B-123>도 재공연할 계획이 있나요? 두 작품 모두 한 번만 하고 끝나기에는 참 아까운데요.

김숙희: 네, <엄마 이야기>는 올해 하반기에 지방 순회 공연을 할 예정이고 <위험한 실험실 B-123>은 2019년에 재공연할 예정입니다.

 

Q. 2년 동안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숙희: 사실 어떤 공간이든 3년은 되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아직은 성과를 말하기는 조금 이릅니다. 그래도 굳이 꼽아 보자면 우선은 어린이전용극장이라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다는 것 자체가 성과인 것 같습니다. 우리 극장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기존에 아동극을 보지 않았던 관객들도 많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대관 심사도 까다롭게 해서 질적으로 수준이 충족되는 공연만 허락합니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아이들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괜찮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성과입니다. 그리고 몇 군데 지자체에서 우리 극장을 벤치마킹하러 찾아오기도 했어요. 우리 극장이 다른 극장이 세워지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 뿌듯합니다.

 

Q. 현재 어린이전용극장을 세우려는 다른 지자체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숙희: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노원구를 비롯해 몇 군데서 검토 중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린이전용극장은 반드시 공적자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을 세워 놓고 극단에 내어주는 것은 국공립극장으로서의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극장이 세워진 곳과 극장 내의 환경이 어린이에게 맞아야합니다. 우리 극장의 장점 중 하나가 그 부분입니다.

<사진3> <사진 3> 공연<엄마 이야기>, 2017년 초연

Q. 지난 2년 동안 한계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요?

김숙희: 외국의 어린이전용극장을 가보면 예술감독의 색채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작품의 선택 뿐 아니라 극장 내부를 어떻게 꾸며 놓았는지, 직원들이 관객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다 예술감독이 결정해요. 그런데 우리 극장은 예술감독이 작품 결정권만 가지고 있어요. 사실 저는 극장 안에 어린이 관객들을 위한 테이블도 두고 싶고 시설도 좀 확충하고 싶은데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결제가 필요합니다. 공적 자금을 쓰는 것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결제를 하는 분들이 꼭 극장 제작 환경에 관해 이해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Q. 그러면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김숙희: 우선은 앞으로 1년 안에 우리 극장의 뿌리가 제대로 내렸야겠지요. 그 다음에는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종로구에서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 인형박물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인형박물관이 생긴다면 우리 극장과 연계해서 인형극 치료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인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신체를 통한 표현이 아니라 간접 표현이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적인 심리치료 방법이라고 합니다. 아이들극장이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예술적 감동 뿐 아니라 아이들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져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곧 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없으신가요?

김숙희: 이번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새 예술정책을 발표했지만 어린이 예술에 관한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 중에 어린이를 중요한 독립된 집단으로 존중하는 분이 거의 없어요. 어린이 문화는 곧 나라의 문화입니다. 다섯 살짜리 어린이가 15년 후에는 성인이 돼요. 그러면 다섯 살 때의 그 어린이가 어떤 문화를 향유하는지가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어떤 문화를 만들어가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어린이들의 문화환경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이 안 계신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연극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과 관련 있는 예술 정책에 대해 긴 호흡을 가지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4> <사진 4> 공연<위험한 실험실 B-123>, 2018년 초연

Q. 네, 저도 꼭 그런 정치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김숙희: 먼저 어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님들은 어린이들의 문화를 꼭 필요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 아이의 교육과 성적만큼이나 문화는 중요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게 그 아이를 형성하지요. 그래서 저는 부모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극장에서 진행했던 유열씨의 <엄마, 나 어떤 공연 먹을까>는 부모들에게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인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요. 그런 행사들이 지속되어야 서서히 부모들의 인식도 바뀌고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이 정착할 수 있는데 우리 극장이나 다른 단체 몇 개가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문예위나 한문연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운동을 세팅해줬음 좋겠습니다. 물론 공연을 만드는 일, 신인 작가를 양성하는 일 등이 가시적인 성과는 더 크겠지만 저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부모 교육, 더 나아가 어린이 문화 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린이들에게 꼭 연극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어떤 아이가 연극보다는 미술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그런 다른 예술을 감상하고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만 연극은 종합 예술 장르이니 연극을 보면 참 좋다 그런 얘기를 해줘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유럽에 가면 워낙 정치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는 공연들이 많다보니 어린이 관객들도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접합니다. 그에 반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온실 속에서 즐거운 것만 찾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시키는 것, 가르치는 것만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나름의 정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극장에서는 그런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자 노력합니다. 우리 어린이 관객들도 그런 공연이 조금 어렵고 낯설어도 같이 생각하고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관객들은 우리 극장의 존재 이유이자 우리 공연들을 완성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사진5> <사진 5> 인터뷰 현장 스케치
  • 인터뷰어 박주희
  • interviewer 박주희

    아동청소년연극학 박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아동청소년극을 공부하면서 아동극과 청소년극을 사랑하게 된 어른으로, 초등학생 아들과 아동극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큰 기쁨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의 이사로 활동하며 아동청소년극의 중요성과 우월성을 증명하고 전파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습니다. 현재 국민대학교에서 연극사와 연극이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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