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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잔인한 4월 그럼에도 희망을 떠올리며…어린이 미스터리 추리연극 ‘위험한 실험실 B-123’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18-04-16 조회 : 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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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애들이 왜 가만히 있었을까?”
 
외로운 아이, 아이의 죽음 그리고 이번엔 사회적으로 벌어진 비극에 대한 이야기다. 종로 아이들극장이 개관작 ‘무지개 섬 이야기’, 두 번째 ‘엄마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위험한 실험실 B-123’(5월 7일까지)이 오늘(12일) 개막했다.

‘위험한 실험실 B-123’은 아이들극장과 잼박스가 공동제작한 아이들을 위한 미스터리 추리연극으로 영국작가 폴 매튜스와 박영희 연출이 공동집필한 이야기다. 밝고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만이 아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무서워하거나 꺼릴지도 모를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극을 지향하는 아이들극장의 김숙희 예술감독은 12일 오후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일본 초등학생들과 우리 (한국) 아이들이 한데 모여 같이 밥도 먹고 여러 가지 일을 한 적이 있다”며 “일본 아이들은 질문 없이 분리수거까지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밥 더 먹어도 돼요’ ‘물 마셔도 돼요’ 등 일일이 물어보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우리 아이들은 왜 자기 판단이 없을까 싶었어요. 밥과 음식이 보이는 데 있는데도 ‘물 어디 있어요’ ‘밥 어디 있어요’를 우선 물어봐요. 아이들의 자기 해결 방법에 대해 생각하던 차에 잔인한 4월을 맞이했어요. 굉장히 궁금했죠. 세월호 아이들은 그 위기상황에서도 왜 그렇게 말을 잘 들었을까…결국 교육, 어른들의 문제였어요. 4년 전으로 거스르면 사회의 문제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 감독의 설명에 박영희 연출은 “어른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우리 세상은 즐겁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른이 되면 맞닥뜨리는 어려움이 분명 있다.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며 “아름답고 예쁜 얘기만이 아니라 어른이 돼서 만날 세상,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을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세월호 참극은 그 안에 있던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잘못된 가르침을 주고 선택권을 주지 않은 어른들의 잘못에서 시작했죠. 희생된 친구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마음으로 이 연극을 쓰고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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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연출이 추리적 요소를 넣은 이유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박 연출은 “어려서부터 어른들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질문하지 말아라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 몇년 동안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나 이웃에게 위험이 닥치고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참견이나 질문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고 곧이곧대로 지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위험하거나 어려움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 (어른 말 잘 들어, 질문하지마 등) 어른들의 가르침이 우리 아이들의 순수함, 정의로움, 생명을 사랑하는 인류애 등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 자신의 양심에 따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을 때 우리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이들은 더 똑똑하고 지혜롭거든요.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하기 위한 재밌는 극적 요소가 무얼까를 고민하다가 추리극 형태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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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실험실 B-123’은 열한살 나현실(류혜정)과 일곱살 나미래(추다혜·조현지)가 엄마 후배인 박조교(오민정)를 통해 유명과학자 박박사(조은아)의 실험실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숙희 예술감독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 중 등장하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싯구에 빗대 희망을 얘기했다.

“영국시인 T.S 엘리엇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진짜 잔인해서가 아니라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이었죠. (2014년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 후) 우리 사회도 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 희망을 담아 연극의 마지막도 희망적이죠.”
 
2018-04-16
 
<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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