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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 2022종로한복축제 "가을하늘 아래 한복 나빌레라"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10-08 21:03:28
  • 조회 : 1557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옷은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하는 매개체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민족성과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옷, 한국인을 가장 한국인답게 만드는 옷이다. 그래서 누구든 한복을 입으면 예로부터 간직해온 우리의 미의식과 관습까지 은연중에 드러내게 된다. 게다가 최근 '한복 입기'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다는 문화재청의 발표는 한복을 즐기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추겼다. 종로구와 종로문화재단은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한복 입기 생활화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2016년부터 '종로한복축제'를 개최해왔다. 코로나가 완화되면서 3년 만에 오프라인 축제로 찾아온 <2022 종로한복축제>는 10월 8일과 9일 양일간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광장에서 '한복패션쇼'와 '북의 판타지', '강강술래' 등 전통예술 공연을 선보이며 펼쳐졌다.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여름부터 땀을 흘린 문화사업팀의 차서경 주임, 백다혜 사원, 강동훈 사원을 만나 의미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차서경 주임, 백다혜 사원, 강동훈 사원)

―― FESTIVAL ――

취향 담아 한복한 일상

Q. <2022 종로한복축제>의 담당자가 생각하는 한복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서경_ 무엇보다 한복은 맵시가 참 예쁜 옷인 것 같아요. 한복의 특성상 위아래로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어도 부해 보이지 않고, 되려 풍성하게 퍼지는 모양이 아름답게 보이거든요. 그것이 한복 자체의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을 만들고, 다른 나라의 복색과도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다혜_ 한복은 조선시대 유교 사상 등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잘 표현한 의상으로 알고 있었지만, ‘한복뽐내기대회’를 진행하면서 한복의 개성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맞는 한복을 골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복과 어울리게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훈_ 저도 한복의 가장 큰 매력은 기품 있는 단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의 민족 말살 정책 속에도 살아남은 강인한 멋도 느껴지고요. 일본이나 중국과 다른 우리만의 색감과 전통을 계속 이어왔기에 한복이 우리에게 전통의상으로 각인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이번 축제에서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이나 참여자가 있다면요?

다혜_ 올해 '한복뽐내기대회'는 7월부터 어린이부/일반부/커플부/외국인부로 나눠 참가자를 모집했고, 서류심사 후 두 번에 걸쳐 전문가 대면 심사가 진행됐어요. 특히 만 6세~12세 이하의 어린이 참가자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심사위원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러울 만도 한데 미소를 지으며 워킹하고 자기소개도 야무지게 하는 모습에서 한복에 대한 애정을 가득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한복 웨딩드레스를 입은 참가자를 보면서 한복의 가능성이 참 크다고 느꼈고요.

서경_ 제가 축제에서 처음 담당한 프로그램은 종로한복홍보단 '누비라'인데요. 누비라는 청년들이 참여해 참신한 아이디어로 한복과 종로한복축제를 홍보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활동이에요. 지난 5월에 누비라 4기 1차를 모집하고 운영팀, 콘텐츠제작팀, 통번역팀을 선발해 발대식을 했어요. 그 후 한 팀원이 홍보 콘텐츠 외에 자발적으로 만들어 올린 영상과 발대식 후기를 우연히 봤는데, 그 열정에 감동했고 덩달아 힘이 나더라고요. 또 한복과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을 같이 선보인 이번 '한복패션쇼'는 한복 문화가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는 자리여서 감회가 남달랐죠.

동훈_ 축제와 연계된 프로그램 중에 '뚜벅뚜벅 종로한복길'은 참여자가 한복을 입고 해설사와 함께 종로의 3가지(서순라·원서동길, 부암·청운·서촌길, 북촌·삼청동길) 코스를 걷는 문화 탐방 프로그램이에요. 올해에는 혜화·명륜길이 추가돼 축제 기간에 성균관에서 광화문까지 유생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게 됐죠. 종로한복길을 사전 답사할 때 비가 와서 날씨가 무척 습했는데, 함께한 종로한복홍보단 2명이 땀을 많이 흘리면서도 해설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질문에 대답하며 뿌듯해하는 게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그리고 옛사람들처럼 한복을 입고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을 다녀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는 반응을 보여서 보람도 있었어요.

 

좌 한복뽐내기대회 | 우 한복패션쇼

―― BEHIND STORY ――

다시, 광장에서 축제를

Q. 축제를 준비하면서 좋았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서경_ 아무래도 <2022 종로한복축제>가 3년 만의 오프라인 축제라 공간적 제약이 있었어요. 축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이 8월 초에 재개장되는 바람에 7월까지도 구체적인 공간 구성을 알 수가 없었죠. 새롭게 바뀐 광장 사용 지침도 나오지 않아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장소를 구체화하지 못해 어려움도 있었지만, 광장 개장 후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다행히 시민 친화적으로 탈바꿈한 광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종로한복축제도 성황리에 마쳤어요.

다혜_ 종로한복축제는 축제 기간에 ‘한복패션쇼’, 공연과 더불어 한복을 빌려 입고 전통 장신구를 만들거나 전통 놀이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돼요. 축제 개최 전후로 종로의 도시갤러리 전시나 한복 인문학 강연처럼 한복과 전통문화를 주제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요. 축제를 알리며 장기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은 어려웠지만,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시민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동훈_ 축제 양일간 마지막 공연으로 진도 강강술래 기능보유자의 선창에 맞춰 축제 참여자들이 하나가 되는 '강강술래'가 펼쳐졌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도북춤 이수자 선생님이 무용과 학생들에게 사전 교육을 해주셨죠. 저는 전문 무용가로 구성된 90명의 출연진을 관리하면서 단순한 동작인 줄 알았던 강강술래가 쉽지 않은 춤이라고 깨달았어요. 그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세심한 표현력에 감탄하곤 했는데, 이런 아낌없는 노력 덕분에 시민과 어우러지는 공연을 선보였다고 생각해요.

 

좌 도시갤러리 전시 | 우 강강술래

Q. '종로한복축제'는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다혜_ 저는 종로한복축제가 '화합'을 상징한다고 보는데요. 축제를 진행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한복에 대한 애정만 있으면 쉽게 연결될 수 있다고 느꼈고, 평소 한복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도 ‘한복뽐내기대회’에 직접 참가해보고 싶다는 마음마저 생겼어요. 그래서 종로한복축제는 이벤트라기보다 한복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화합해서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서경_ 한마디로 '도전'이에요. 이 정도 규모의 지역 축제, 심지어 서울의 중심인 종로구를 대표하는 축제에 참여해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여러 프로그램이 포함된 축제를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의 행사만 맡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됐어요. 많은 사람을 만나 소통하며 성장하는 한편, 즐거움과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동훈_ 저에게는 '계승'의 의미가 강해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축제로 진행했던 것처럼 개최 방법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2016년부터 한 번도 빠짐 없이 매년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죠. 그래서 한복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한복 문화의 계승자라고 생각하고 축제를 오래도록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좌 종로구립소년소녀합창단 공연 | 우 북의 판타지(정읍시립농악단) 공연

―― TOGETHER ――

축제 그 이상의 가치

Q. 다음 축제는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나요?

동훈_ 전통 한복이 축제의 중심이지만 그것에 얽매이기보다 색다른 형태의 한복과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젊은 세대들이 축제를 계속 이어 나가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에게 종로한복축제가 전통과 한복을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다혜_ 복식 문화 안에서도 즐길 방법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종로한복축제는 요즘 사람이 한복을 어렵거나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만들고, 전통한복의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소개하는 축제로 발전되기를 기대합니다.

서경_ 앞으로 종로한복축제가 점점 더 진화해 한복의 예술적 요소를 현대미술 등 다른 분야로 활용하는 발판이자 시민들이 다양한 재미를 발견하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Q. 한복과 잘 어울리는 종로의 장소를 추천해주신다면요?

다혜_ 종로한복축제가 열린 ‘광화문광장’이요. 광화문광장은 조선시대에는 육조거리라고 불렸고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요. 천지인(天地人) 테마로 구성된 <광화화첩> 미디어아트, 울창한 도심 숲과 터널 분수가 있어 낮이든 밤이든 한복을 입고 거닐기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한 곳으로는 황학정 국궁전시관을 추천합니다. 이곳에서는 활쏘기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한복을 입고 활을 쏘면 더 멋지지 않을까 싶네요.

서경_ 종로구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제가 이곳에 처음 갔을 때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실제로 마주한 것 같아 놀랐어요. 산자락에 자리한 고즈넉한 한옥이 도서관이라니 정말 신기했죠. 특히 폭포를 감상하며 책을 보는 작은 정자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에요. 꼭 한번 가보시라고 추천해드려요.

동훈_ 보통 한복을 입으면 왕실과 나라를 상징하는 곳으로 궁에 많이 가시는데 저는 ‘종묘’를 추천하고 싶어요.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유교 사당이라 무거운 분위기가 난다는 인식이 있지만, 막상 가보면 궁과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거든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은 의례 공간에서 한복을 입고 예를 갖추면 신성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22 종로한복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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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김태화,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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