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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X TOUR | 종로에 숨은 친환경 건축물을 찾아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10-08 21:23:54
  • 조회 : 1578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는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플로깅, 비건 뷰티처럼 스스로 친환경 활동을 즐긴다. 대기업들은 ESG 열풍에 맞춰 사옥을 지을 때 태양 에너지 등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도록 설계한다. 이런 친환경 건축물은 설계부터 시공, 운영 후 해체까지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전을 고려해 짓는다. 건물 자체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온실가스 저감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할 때도 건물 뼈대 등 사용 가능한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서울의 100여 년 역사를 지닌 종로구도 박물관, 시민 쉼터 등 곳곳에 친환경 건축물이 숨어있다. 모르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외관과 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종로구에는 어떤 친환경 건축물이 있을까?

한옥을 재활용한 시민의 쉼터

종로는 예부터 가회동, 안국동, 평창동 등 좋은 자재로 지은 한옥이 많은 동네이다. 한옥을 해체하면 기와, 서까래, 기둥, 기대석, 지대석, 담장석 등 목재와 석재로 된 자재가 나온다. 이런 고자재는 전통문화 자원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종로구에서는 2015년부터 한옥 철거 자재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 위해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종로구 곳곳에 전통 정자(亭子)를 준공할 때 쓰고 있다. 종로구는 2018년 와룡공원 '와룡정'을 시작으로 2019년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혜화정'과 궁정동 무궁화동산 '송강정'을, 2020년에는 '청진정'을, 2021년 '적선정'(세종문화회관 뒤 도렴공원), '평창정'(평창동주민센터 쉼터)을 지었다. 최근 8월에는 사직단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사직정'을 만들었다.

 

한옥 철거자재 재활용은행

적선정, 청진정, 사직정을 직접 찾아가 봤다. 적선정과 사직정은 자주 지나다니는 길인데도 기사를 쓰기 전에는 몰라봤다. 알면 보인다고 했던가. 조금 떨어져서 기와를 보니 오래된 흔적이 보였다. 역사가 배여 전통적인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정자 안에 들어서니 뼈대는 새로 만든 듯한 특유의 목재 냄새가 났다. 세 곳의 정자 모두 최근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새것과 옛것의 절묘한 조합이었다. 9월 중순인데도 기온이 30도로 올라간 무더위에 시민들은 정자가 선사하는 그늘에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쉬어갔다. 100년은 묵었을지도 모를 한옥 기와 아래 역사의 향기가 내려앉는 듯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쩌면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잊혔을지도 모를 한옥의 일부가 우리 곁에 쉼터로 남아 보존되고 있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도렴공원에 있는 적선정과 내부에 걸린 기문

 

좌) 청진정 | 우) 사직정

도심 한복판에도 친환경 건축물이?

서울 시민이라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거나 아이와 분수대에서 놀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들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도 친환경 건축물이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물관 건물에는 반투명 유리창 패널이 많이 사용돼 외관이 독특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유리창은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2년에 개관했다. 그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였다. 정부 청사 '그린 리모델링' 1호 건축물로 건축사적 의미가 깊다. 기존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체의 60% 이상을 재사용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패널도 설치했다. 옥상과 1층 정원에는 녹지 공간을 많이 꾸며서 생태공간까지 확보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새삼 달라 보였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서 전시회를 보기에만 바빴는데 이렇게 친환경을 생각한 건물이었다니!

 

경복궁, 광화문광장과 마주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좌) 천장의 태양광 패널을 올려다본 모습 | 우) 1층 정원과 옥상의 녹지 공간

요즘 MZ세대들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서 중고 거래를 하는 데 익숙하다. 중고 거래를 단순히 돈을 아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환경의 순환 차원에서 생각한다. 못 입는 옷이나 자신에게 필요 없어진 전자제품, 운동기구 등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는 것을 의미 있게 여긴다. 한정판이라 구하지 못한 스니커즈 등을 중고로 구할 때도 있다. 투자로 샀다가 파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중고 거래는 MZ세대에게 힙한 문화로 다가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리모델링이나 철거되는 자재를 사용하는 전통 정자 모두 '중고' 건축물인 셈이다. 중고 건축물이라고 건축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환경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친환경 관점에서의 설계가 더해진 건축물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정원이 수직으로 서 있다?

또 다른 친환경 건축물은 가드닝의 콘셉트를 도입하는 형태이다. 건물 외부 공간에 방문객들이 쉴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한 곳은 많이 봤지만, 수직정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 앞에서 발길을 멈추자 말 그대로 정원이 건물 외벽을 따라 '수직'으로 조성돼 있었다. 벽 아래부터 위쪽까지 초록색 식물들이 가득한데,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알고 보니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자동관수 시스템을 정원에 설치해 식물을 계속 자랄 수 있게 한 것이었다. 2020년에 서울시의 도시 녹화 정책의 일환으로 만든 총 1,000㎡ 규모의 첫 '서울형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이라고 한다. 수직정원은 도심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등 도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외벽에 조성된 수직정원

길을 따라 병풍처럼 에워싼 정원을 지나며 초록빛 싱그러운 식물들을 보니 힐링도 되고 더위도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수직정원은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에 크게 조성돼 이곳의 랜드마크 같은 역할을 한다. 수직정원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식물 뒤로 화분 하나하나를 끼워 넣는 틀이 보였다. 식물이 시들거나 해도 빼서 교체해도 되니 관리가 쉬울 듯했다. 이처럼 종로구의 친환경 건축물은 그린 리모델링, 중고 자재의 재활용, 도시녹화 공간 조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커지고, ESG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친환경 건축물이 앞으로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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