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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엄마 이야기'로 만난 김숙희·한태숙·박정자… 아동극에 ‘죽음’을? “요즘 애들 수준 놀라워요”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17-04-11 조회 : 5720
 
‘아이들극장’ 개관 1주년 기념 아동극 ‘엄마 이야기’로 12년 만에 손잡은 연출가 한태숙, 예술감독 김숙희, 배우 박정자(왼쪽부터). 이들은 7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연극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좋은 아동극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종로문화재단 제공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아이들극장(300석)은 수도권에서 유일한 어린이 전용 극장이다. 예술감독제를 도입하고 인형극 축제를 여는 등 아동극 분야의 중심으로 금세 자리잡았다. 개관 1주년을 기념해 29일 안데르센 동화를 토대로 한 아동극 ‘엄마 이야기’(5월 21일까지)를 무대에 올린다. 아이들극장의 김숙희(63) 예술감독, 연출가 한태숙(67), 배우 박정자(75). 연극계의 세 여걸이 12년 만에 손 잡았다.

세 사람은 2005년 정동극장에서 김 감독이 이끌던 어린이문화예술학교의 아동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한태숙과 박정자의 첫 아동극 연출 및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고품격 가족극이란 평가 속에 매진을 기록했다. 이들을 지난 7일 연습실 근처인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한국본부 이사장으로 국내 대표적 아동극 전문가인 김 감독은 “두 선생님과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이후 아동극을 다시 만들자고 늘 얘기했지만 바빠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에 아이들극장 1주년 기념작으로 다시 한번 좋은 작품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엄마 이야기’는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절절한 모성을 그린 이야기다. 엄마는 죽음을 만나러 가는 길을 알기 위해 피가 흐를 때까지 가시나무를 꼭 껴안는가 하면 호수에 자신의 눈을 빼서 내어준다. 하지만 온갖 고생 끝에 죽음을 만난 엄마는 자식의 참담한 미래를 알고는 마음을 접는다. 안데르센의 수많은 동화 가운데 가장 슬프고 철학적이라는 이 작품을 굳이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태숙은 “아동극이 죽음을 다루면 안된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우리나라 아동극은 쉽고 가벼운 주제를 다루지만 해외 아동극의 경우 어둡고 철학적인 주제까지 담는다”면서 “김숙희 선생님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아시테지 축제에서 본 어떤 작품은 그로테스크해서 깜짝 놀랐는데, 아이들이 집중하고 봐서 다시 한번 놀랐다”고 말했다. 극중 죽음 역을 맡은 박정자도 “해외 아동극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것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눈높이에서 죽음 등 추상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초등학생인 손주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어른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고 설명했다.

죽은 아이를 가슴에 묻는 ‘엄마 이야기’는 아이와 엄마 관객 모두의 눈물을 쏙 빼놓을 것 같다. 특히 호수에서 죽은 아이를 찾는 엄마의 모습은 세월호 희생자와 그 부모들을 연상시킨다.

한태숙은 “누구나 세월호가 가슴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의 슬픔을 함께 위로하고 싶었다. 안데르센 원작처럼 아이들이 편안한 곳으로 갔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면서 “원작이 짧기 때문에 안데르센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에피소드가 좀더 추가될 예정이다. 이야기는 슬프지만 위트 있게 작품을 풀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극은 흔히 성인극에 비해 준비기간이 짧고 제작규모가 영세하다. 이 때문에 완성도가 높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이번 작품은 인형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고 고급스런 무대를 만드는데 제작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아동극도 성인극 못지 않게 제작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완성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이제는 잘 만들어야만 티켓이 팔린다. 특히 이번 작품은 어른을 위한 아동극으로서 신경을 더 쓰고 있다”면서 “박정자 한태숙 등 연극계의 두 거장이 아동극에 관심을 가지는 게 참 기쁘다. 아동극 분야에 좋은 아티스트들이 좀더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12년전 아동극 무대에 처음 섰을 때 아이들의 순수한 반응이 너무나 좋았다. 아동극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더 필요한 만큼 성인극보다 훨씬 재밌다”면서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아동극 무대에 또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2017-04-10
<국민일보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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