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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극배우 박정자 "무대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에 없는 감동주죠"
작성자 : 관리자 등록일시 : 2017-04-11 조회 : 3662
아이들극장 개관1주년 어린이극 `엄마이야기`…`죽음`역 연극계 대모 박정자
아홉살때 첫 연극 관람이 배우인생 살게된 계기…공연관람도 조기교육 중요


                        
 
박정자 한태숙 김숙희. 연극계 여성 거장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수도권에서 유일한 어린이 전용극장인 서울 대학로 '아이들극장'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리는 연극 '엄마 이야기'에서다. 안데르센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으로,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죽음을 쫓아 나선 여정을 그린다. 극 중 '죽음' 역을 맡은 연극계 '대모' 박정자(75)를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검정 페도라에 발끝까지 내려오는 멋들어진 검정 카디건을 입고 들어오는 모습이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 저리 가라였다. "그건 모두 네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었어. 하지만 죽음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받아들여."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을 그리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극은 '죽음'의 엄중한 섭리로 끝맺는다. 사랑도 죽음을 극복하지는 못한다. "슬퍼요? 그랬다면 다행이네. 아이들도 '슬픔'을 알아야지요. 우리가 사는 동안 희로애락이 있는데 아이들이 기쁨만 알면 되나.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배워 가야지."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 무겁지 않으냐는 질문에 아동극이라고 '죽음'을 다루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또 거짓말을 하면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아이들 극이라고 무조건 가볍고 즐겁기만 하면 되겠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보다가 울면서 나가버리면 안 되니까 이야기를 잘 풀어내야죠. 우리 손녀들이야말로 보고 나서 나를 '무서운 할머니'로 생각하면 어쩌나."

세 사람은 이미 2005년 아동극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에서 의기투합한 바 있다. 당시 정동극장 무대에 오른 공연은 '고품격 가족극'이란 평을 받으며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아동극은 진심을 담아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야 해요. 아이들이야말로 TV, 영화, 스마트폰에 익숙한데 대충 만든 연극이 재미있겠어요? 무엇보다 '아동극'은 일종의 조기 교육이에요. 무대에 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관객도 훈련이 필요해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좋은 연극을 봐야 커서도 계속 극장을 찾지요."

사실 배우 박정자야말로 이런 조기 교육이 안겨준 한국 연극계의 선물이다. 무대와의 첫 만남은 불과 9세 때였다. "첫 연극이 아직도 기억나요. 유치진 선생님의 '원술랑'을 부민관에서 봤어요. 당시 극단 신협 연구생이던 오빠(박상호 씨)가 출연했죠. 아홉 살이 이해하기 어려운 극인데 무대를 본다는 흥분에 눈 동그랗게 뜨고 봤죠. 연극은 제게 어마어마한 충격이었지요."

이후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해 한 해도 쉬지 않고 무대에 섰다. 그리고 일흔이 넘은 지금도 무대를 지키고 있다. '대머리 여가수' '19 그리고 80' '에쿠우스' 등 14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오늘날 무대는 더욱 값져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온갖 걸 다 보지만, 정작 '온기'는 못 느끼잖아요. 배우의 온기를 느끼고 함께 감동을 나눌 수 있는 '무대'란 시공간이 참 중요하죠."

'엄마 이야기'는 죽음으로부터 아이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절절한 모성을 그린다.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간 죽음을 만나기 위해 피가 흐를 때까지 가시나무를 꼭 껴안는가 하면 호수에 자신의 눈을 내어준다. "이 엄마는 다 주잖아요. 눈, 목소리, 젊음…. 그런데 돌이켜보면 내가 그런 엄마였나 하는 의문이 들어요. 난 워낙 연극인 박정자로만 바삐 살았어요.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후회는 없지!" 호탕한 웃음과 함께 즉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했으니까 오늘날의 '박정자'가 있지. 연극배우로서 당당하게 서 있는 거, 내 자식들한테는 그게 선물이야. 다른 선물은 줄 게 없어. 우리 손녀들은 편지에 이렇게 써요. '할머니 박정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연극배우 박정자'. 내가 가르치지. 할머니는 대한민국 최고의 연극배우다. 너희 할머니는 보통 할머니가 아니다. 호호."
 
2017-04-10
<매일경제 김연주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9&aid=0003920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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