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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x PEOPLE | 종로의 새로운 숨결을 꿈꾸며, 유광종 종로문화재단 대표이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11-15 13:59:18
  • 조회 : 2207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의 위기 속에서 지역문화재단의 목적과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역주민의 문화적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허브인 지역문화재단은 건강한 문화생태계가 시작되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출발점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종로문화재단에 취임한 유광종 대표이사는 종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민이 문화의 향유자인 동시에 문화 주체자, 문화 생산자가 되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23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다져온 소통 능력, 중국인문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며 키운 문화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종로문화재단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유광종 대표이사를 만났다.

#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나의 종로

학창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때도 책을 읽고 싶어 자율학습을 빼먹고 도망 나왔어요. 그때마다 온 곳이 종로였습니다. 저렴한 입장료만 내면 선조들의 시간이 깃든 궁궐 안 어디에서든 책을 읽을 수 있었죠. 그러다 언젠가부터 책이 아닌 궁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옛것, 문화유산이라고만 생각했던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는 무엇인지 쫓기 시작했고, 기자로 활동할 때도 틈만 나면 종로의 궁궐을 방문했습니다. 종로에 중국인문경영연구소를 연 후에는 수많은 사람을 종로에서 만났어요. 송해 선생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옛 허리우드 극장 주변 국밥집은 저도 자주 찾던 공간입니다. 세월은 훌쩍 지났지만, 종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추억으로 빛나는 도시입니다. 그런 종로에서 문화를 통해 구민들과 교감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입니다.

# 역사의 주 무대에서 내일을 찾다

종로는 고궁이 자리하고 전통 한옥이 밀집한 동시에 고층 빌딩 숲이 즐비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지역입니다. 또한 ‘정치·경제·문화1번지’라는 수식어답게 대한민국 건국 전후로 벌어진 드라마틱한 사건의 주 무대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이 새롭게 조성되면서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 조선총독부가 세워지고 서울의 복판을 가르던 광화문 광장의 도로는 권위를 나타내고 정치를 구분하는 선으로 여겨졌어요. 그 중심선이 해체되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광장으로 재구성된 것은 역사·문화적으로 ‘화합’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처럼 종로가 걸어온 평탄하지만은 않은 길, 희로애락이 묻어난 종로의 긴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역사 속에서 미래를 찾는 것처럼 그 과정이 우리 재단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거라 확신합니다.

# 종로문화재단과의 강렬했던 첫 만남

취임하고 4일 만에 광화문 광장에서 종로한복축제가 열렸어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행사라 찾아주시는 분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한창 업무 파악으로 정신없을 때 행사에 참여했는데 하필이면 둘째 날에 비가 와 직원들 모두 비를 쫄딱 맞아가며 축제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바쁘게 뛰며 시민들을 맞이해준 고마운 직원들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종로한복축제를 통해 저는 시민의 문화적 욕구가 굉장히 수준 높고 무척 다양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어요. 어설픈 기획으로 접근할 경우, 따끔한 질책이 이어질 것이란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도 들었습니다. 특히나 시민과 직접 교감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와 행사는 그러한 문화적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에 ‘행사를 진행하는 것만큼 참여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게을리해선 안 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2022 종로한복축제>에서

# 사적인 취향에서 발견한 문화의 이면

어렸을 때부터 문학 작품을 자주 읽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자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중국이 한자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지 궁금해 중국 고문헌을 읽기 시작했어요.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선조들이 보던 『논어』, 『맹자』 등의 경서부터 『수호전』 같은 고전문학도 많이 접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 한자는 언어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널리 퍼져 있는 글자로 이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로 역시 한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로 광화문, 경복궁, 근정전 등 종로를 이루는 수많은 문화유산의 토대는 한자로 이뤄져 있고 그에 따른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문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저는 사람이 남긴 족적인 ‘인문’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반복되는 전쟁 속에서 탄생한 한자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수용하려는 자세가 꼭 필요합니다.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현상의 일부가 아닌 사회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다른 문화 요소들과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려는 노력, 절대적 기준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종로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EBS <클래스e> 유광종의 <중국본색> | 중국인문경영연구소 강의(2018)

# 종로문화재단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한 과제

코로나19로 문화생활은 위축됐지만, 구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면서 문화를 향유하는 형태도 다채로워지고 있어요. 구민들이 원하는 것과 그에 알맞게 대응하는 것이 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 문화를 즐기려면 행사나 축제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이 일상화된 지금은 문화가 자연스러운 삶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향유자가 문화생산자이자 주체가 된 지금, 지역주민의 문화적 목마름이 어떠한지 파악해 대응하고, 지역 문화 공동체와 지속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종로문화재단 역시 구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 역사와 이야기가 흐르는 종로만의 콘텐츠

종로의 지역 문화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으며, 구민들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종로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다면 구민들의 참여와 활동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오는 것이죠. 종로 곳곳에 그런 소재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암동에 자리한 재단의 복합문화공간 무계원에는 안평대군이 꿈에 본 무릉도원, 이를 현실에 구현하고 싶었던 안평의 꿈, 안평이 학자와 예술가들과의 교류했던 무계정사지 등 다채로운 스토리가 담겨있는 곳이죠. 임기 동안 이처럼 종로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구민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특히 구민들의 참여가 선행해야 외부로도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구민에게 이를 홍보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 꼭 전하고 싶은 말

구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가 더없이 높은 지금, 종로문화재단과 함께하게 돼 책임이 무겁습니다. 문화는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추기고 이를 주변에 확산시키는 선한 영향력을 가졌기에 사람과 문화를 잇는 가교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종로문화재단은 그런 가교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구민들이 문화와 소통하고 생활 곳곳에서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김태화, 종로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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