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날씨가 선선해진 10월이 됐는데요. 10월은 ‘축제의 달’이라고 불리는 만큼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 축제가 진행됐습니다. 종로에서도 축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10월 6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종로문화재단이 주최한 ‘렛츠종로’가 진행됐습니다.
‘렛츠종로’에서는 문화재야행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국악로페스타, K-주얼리종로페스티벌, 종로한복축제 등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축제가 진행됐습니다. 종로픽플 3기로 같이 활동 중인 현빈 기자와 함께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국악로페스타’ 축제에 방문했습니다. 풍성한 즐길 거리가 가득했던 국악로페스타 현장을 소개합니다.
올해 처음 개최한 국악로페스타는 우리 소리의 역사가 담긴 종로의 국악로에서 펼쳐지는 전통 공연 거리예술 축제입니다. 돈화문로에 자리한 우리소리박물관과 묘동사거리까지를 ‘국악로’라고 부르는데요. 돈화문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선시대 장악원의 음악 전통을 계승한 ‘이왕직아악부’와 ‘조선성악연구회관’이 세워진 장소입니다. 광복 이후에도 ‘국악사양성소’, ‘운당여관’이 위치했던 곳으로 판소리 명인, 명창 등 많은 국악 예술인들이 활동했는데요. 현재도 ‘서울돈화문악당’, ‘우리소리박물관’, ‘우리소리도서관’ 등이 자리한 국악의 명소입니다.
2021년 종로구는 돈화문로를 세계적인 국악의 메카로 발전시키기 위해 명예도로명을 ‘국악로’라고 지정했습니다. 국악로페스타에서는 판소리와 재담소리, 전통무용, 줄타기 등 우리나라 전통 공연예술 무대와 체험 부스, 전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함께 진행된 돈화문로문화축제에선 다도 체험, 전통 실크 모빌 만들기 등 전통문화뿐 아니라 디제잉 파티, 향수 조향 같은 오늘날의 문화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국악로페스타 거리 모습
축제 현장에는 도로를 따라 여러 부스와 무대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축제 당일 아침에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그쳐서 공연과 프로그램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활기찬 축제 분위기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미션 성공하고 선물 받자!’, 국악로페스타 이벤트
렛츠-고 만보기와 렛츠 스탬프 투어 이벤트
이번 국악로페스타에서는 선물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됐는데요. 풍류가 흐르는 국악로를 걸으며 만보기를 채우는 ‘렛츠-고 만보기 이벤트’와 축제를 즐기며 스탬프를 모으는 ‘렛츠 스탬프 투어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미션에 성공하면 윤동주 시인의 배지와 문학라이팅 가습기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벤트 미션을 수행하며 축제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다양하게 즐기는 우리의 전통 공연 무대
이틀 동안 전통춤, 판소리, 가야금 등 다양한 전통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13일에는 ‘정통으로서 이어가는 전통’이란 주제로 주 무대 및 잔디마당 공연과 거리 무대 공연이 같이 열렸습니다. 축제 기간 국악로는 풍류가 흐르는, 음악과 함께하는 거리처럼 느꼈습니다.
재담소리는 대체로 한 명의 연희자가 간단하나마 재미있는 일정한 서사적 내용을 말과 노래를 교대해 가며 연출해 나가는 공연물을 말한다. 달리 재치있는 표현으로 이루어진 민요나 수많은 타령을 재담소리라 주장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관람한 공연은 청소년 신진전승자의 ‘재담소리’ 공연입니다. 판소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차분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형식의 공연이었습니다. 쉽게 접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이어서 청년예술가 창작지원 올해의 아티스트 윤희연의 ‘일대담종’ 공연을 관람했는데요. 비 온 뒤 거리에 울려 퍼지는 가야금 소리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다음으로는 익숙하고 잘 알려진 국가무형문화재 줄타기와 한국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농악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앞서 본 공연에서 서정적인 분위기의 차분함을 느꼈다면, 이번 공연은 우리 민족의 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민속놀이는 관객들이 있는 잔디마당에서 시작해 무대로 나아가는 공연이었는데요.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는, 신나는 공연이었습니다.
대금 버스킹
무대 공연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렸는데요. 이날은 대금연주자 송경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곡을 연주했는데 그중에서도 이선희의 ‘인연’은 대금의 구슬픈 가락이 더해지니 우리나라 정서인 한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막걸리 빚기부터 인생네컷까지, 다양한 부스 체험
국악로페스타와 돈화문로문화축제에서는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됐습니다. 국가무형문화재 막걸리 빚기, 전통 실크 모빌 만들기 등 전통문화체험부터 향수 만들기, 인생네컷처럼 오늘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체험, 내 손으로 우리 소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 우리소리키트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 우리소리키트와 향수 만들기를 체험하고 현빈 기자와 인생네컷을 찍어봤습니다.
우리소리키트는 우리나라 전래동요 가사에 맞는 팝업카드를 만드는 체험으로 제가 만든 카드는 ‘벌아 벌아 꿀 떠라’라는 전래동요와 관련된 카드입니다. ‘벌아 벌아 꿀 떠라’는 봄철에 볼 수 있는 꽃과 벌, 일상의 소재를 노래로 표현해 아동의 생생한 노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동요라고 합니다. 간단한 카드를 만들며 전래동요를 알아보는 재미있는 체험이었습니다. 인생네컷과 향수 만들기 역시 즐겁게 체험할 수 있었어요.
“우리의 전통을 알아보자” 국악로와 종로모던
국악로페스타를 맞아 복합문화공간 수림큐브에서 기획 전시가 진행됐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을 알아보는 <모던 한복, 종로 산책>, 근대 문화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모던>, 종로의 과거를 알아볼 수 있는 <종로모던, 영상과 사진의 기록> 등 다양한 전시가 진행됐습니다.
왼쪽부터 무신년 진찬도 중 포구문, 향비파, 인류화합문, 모란꽃문
가장 먼저 ‘우리의 멋을 만나다’를 주제로 한 한국의 매듭과 소목장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한국의 매듭은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왔으며 국화, 연봉, 잠자리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적인 것들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수목장은 물의 문과 창문, 문갑 등 목가구를 제작하는 기술과 그 기능을 가진 목수를 뜻하는 말로 수목장은 주로 수장과 장식 부분을 담당한다고 해요. 좌우 형태가 같아 균형이 잡혀 있고, 아름다운 색을 가져 물건을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도와주는 매듭과 화려하고 세심하게 만들어진 수목장을 감상하며 우리의 멋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수목장은 완성 전후 모습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작품을 만드는 데 든 장인의 노력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림큐브 앞 도로에서는 <언제나 화양연화; 젊은 국악의 본진, 국악로>가, 수림큐브 1층에선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모던>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언제나 화양연화인 종로의 국악로
<언제나 화양연화; 젊은 국악의 본진, 국악로>
<언제나 화양연화; 젊은 국악의 본진, 국악로>에서는 국악로의 역사, 유래 등을 소개했습니다. 종로의 돈화문로, 즉 국악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악의 본진이자 성지였으며, 오래전 선조들이 품고, 꿈꾸고, 취했던 우리만의 풍류가 쌓여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전시를 통해 종로의 모던 풍경, 국악과 관련된 근대 문화 발전사가 이뤄지는 과정 등 ‘언제나 화양연화’였던 국악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모던>
<근대 문화의 기록장; 종로모던>은 종로구에서 추진 중인 종로 모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중앙SUNDAY’와 종로구청, 종로문화재단이 함께 개화기 서울 도심과 한국인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시리즈 전시입니다.
새로운 사조는 그 때까지 조선을 떠받치던 전통과 때로 갈등하고 때로는 조화를 이뤄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의 모습, 우리의 생각,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개화기' 흑은 '모던의 시기'에 바깥에서 유입되고 안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개화기를 되짚어 보는 작업이 지금의 우리를 성찰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종로를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은 그 거대한 변화의 실험장이자 근대 문화의 기록장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마가 처음 들어왔을 때의 모습, 한국 최초의 극장이 들어왔을 때의 모습 등을 확인하며 우리 문화가 성행했던, 우리 문화가 발전해 온 모던 종로의 모습을 재치 있는 글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모던 한복, 종로 산책>
수림큐브 2층에서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의 변천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문화와 서구 문명이 접촉하며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뤄진 근대에는 한복에도 혁신의 꽃이 피어났으며 종로, 그중에서도 창덕궁 인근, 돈화문로 지역은 각종 관공서와 상점이 밀집돼 있어 혁신의 중심지가 됐다고 합니다. 전시를 통해 양장 소재를 수용한 한복, 짧은 통치마 형태의 한복 등 변화를 거듭해 온 한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시기마다 한복은 저마다의 개성을 담고 있었는데요, 가장 최근 현대의 한복은 전통 한복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련돼 지금 입고 다녀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지하에서는 모던 종로의 영상과 사진 기록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요, 영상을 통해 종로1~ 6가의 과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다른 모던-종로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또 카드뉴스 형식으로 된 자료를 통해 종로의 국악로의 탄생, 현대의 국악로, 그 시절 국악로를 만든 인물들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반대편에서 상영 중인 전통 공연 M/V도 흥미로웠는데요.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재해석해 팝이나 록 느낌의 음악으로 연주해 흥겹게 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축제 현장 바로 앞 우리소리박물관에도 방문해 상설 전시를 관람했습니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우리의 소리인 민요를 모으고 다듬어 누구나 보고 들을 수 있게 하는, 전통문화 향유 공간입니다. 우리소리박물관은 예전에는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사라져 가고 있는 우리 소리를 모으고 이를 다시 전승하고자 합니다. 우리 소리는 조상들이 생활 속에서 불러왔던 노래로 향토성과 민족성이 담겨 있는 민요를 뜻하고, 민요의 가사 속에는 사랑, 기쁨, 그리움, 격려 등 여러 감정과 정서, 그리고 진솔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민요는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노래입니다. 우리 민족은 일을 할 때도, 의례를 치를 때도 노래와 함께했으며 즐겁게 놀 때는 물론 슬픔을 견딜 때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말하는 것으로 부족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노래를 부르고, 노래는 감정 소통의 수단으로 거듭났습니다.
전시장 내부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는데요. ‘일과 우리소리’를 주제로 집안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 농사를 지을 때 부르던 노래, 강과 바다의 노래와 ‘놀이와 우리소리’를 주제로 어린이들의 노래, 세시민요, 통속민요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의례와 위로의 우리소리’를 주제로 장례 노래, 아픔을 달래는 노래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생각과 여러 감정을 온전히 담아낸 민요를 직접 들어보며 옛사람들이 생활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고,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 전시에서 모든 우리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고, 나만의 노래 엽서 만들기, 북 두드리기 등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이 마련돼 있습니다.
공연, 체험, 전시 등 풍성한 즐길 거리가 있었던 렛츠종로 국악로페스타. 축제를 즐기며 국악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종로의 축제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렛츠 종로’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문화탐사대 종로픽플 3기 이재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