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

REVIEW | 시와 바람과 음악이 함께한 <2021 윤동주문학제>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28 20:38:29
  • 조회 : 2856
2021윤동주문학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윤동주 문학이 전하는 희망 찬가
시와 바람과 음악이 함께한 <2021 윤동주문학제>

 

연둣빛 어린잎이 초록으로 무성해지는 초여름은 마치 어린이가 청소년·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닮았다.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 6월, 이맘때면 더욱 생각나는 ‘영원한 청년 시인’ 윤동주. 그를 기리는 문학제가 매년 자하문 고개 위에서 열린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청운동 시인의 언덕에 올라 조국의 현실에 아파하며 시를 짓던 청년 윤동주의 정신은 오늘날 전례 없는 격리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전한다. 그의 문학이 희망의 찬가가 되어 울려 퍼졌던 <2021 윤동주문학제>, 그 생생했던 현장을 기록해본다.

 

 
2021윤동주문학제
 
 

― ART STAGE ―
자유로운 상상력, 시화 수상작 전시회 <동주와 함께 걷는 길>

 

지난 6월 5~6일, 윤동주 시인의 삶과 문학을 느낄 수 있는 <2021년 윤동주문학제>가 청운동 일대에서 열렸다. 종로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윤동주문학관·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시민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노래와 그림,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윤동주문학제는 종로문화재단의 주관으로 2014년부터 개최돼 온 공식 연례행사다. 이날 29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문학제를 방문해 인왕산과 북악산의 푸른 정기 속에서 행사를 즐겼다. 

 

윤동주문학제는 크게 시화 전시회, 창작 음악제, 체험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전국 청소년 윤동주시화공모전>은 지난 4월 27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의 작품 164점이 출품됐다. 이 중 30개 작품이 대상·금상·은상·동상·가작 등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작품 전시 및 작품집 발간 혜택이 주어진다.

 

2021윤동주문학제
 

이번 시화공모전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윤동주 시인의 시 중 <새로운 길>, <산골물>, <아침>, <봄>을 주제 시로 선정했다. 참가한 청소년들은 시인의 시를 읽고, 자신의 감정을 담은 자유로운 해석과 상상력을 시화로 표현했다. 종이보다 디스플레이가 더 익숙할 디지털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이번 시화공모전은 우리 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게 한 기회의 장이 됐다. 시화 수상작 전시회 <동주와 함께 걷는 길>은 6월 5일(토)부터 6월 30일(수)까지 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에, 8월 15일(일)까지 윤동주문학관에 전시된다. 전시 타이틀의 의미처럼 현재의 우리가 한 편의 시에 담긴 시인의 뜻을 되새기는 한, 동주가 걷는 길에 언제든 발맞춰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 HEALING STAGE ―
손끝으로 음미하는 시 세계, <문학체험 프로그램>

 

작은 오솔길 같은 돌계단을 다 오르면 탁 트인 풍경이 반기는 이곳, 윤동주문학제의 전시·체험·공연 프로그램의 메인 장소인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다.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언덕 초입에 마련된 포토월 앞에서 인생샷을 남기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시인의 언덕 각 부스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문학 세계를 음미할 수 있는 다양한 문학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윤동주의 시를 직접 써보는 ‘원고지 필사’,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납 활자 엽서’, 시어로 그려보는 ‘한글 문자도’, 시어를 엮어 만든 ‘알록달록 윤동주 자개모빌’ 등 창의적인 문학 체험이 방문객의 발길을 끌었다. 각 프로그램은 윤동주문학관,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 한국민화협회, 창신소통공작소 등 체험 활동을 주관하는 전문가의 지도로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2021윤동주문학제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질서정연하고 안전하게 진행됐다. 오프라인 대면 행사가 드문 요즘, 함께 둘러앉아 오순도순 재미를 누릴 수 있던 귀한 시간이었다. 시를 다양하게 보고 느끼는 동안 참여자들의 손끝에서 작품이 완성됐다. 시어 천막이 드리운 그늘 아래 집중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우러졌다. 문학제 행사가 열리기 더없이 좋은 날, 스탬프 투어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윤동주문학관, 카페별뜨락, 시인의 언덕, 문학체험까지 완료하면 안내대에서 기념품을 증정하는 등 소소한 재미를 선사했다.

 

 

― LIVE STAGE ―
노래로 읊는 시, <2021 윤동주창작음악제>

 

‘lyric’이란 단어가 ‘서정시’, ‘노래 가사’를 의미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는 오랫동안 노래의 원류였다. 노래가 된 윤동주 시인의 시를 들을 수 있는 <2021 윤동주창작음악제>가 오후 14시부터 열렸다. 2015년부터 열린 이 음악제는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가사로 한 창작곡을 응모 받으며, 참가 대상에 제한 없이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지난 4월 6일까지 접수된 323팀의 창작곡 중 예선·본선을 통과한 4팀이 대상·금상·은상·동상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수상팀에게는 상금·상패를 비롯해 음원 제작, 그리고 창작 음악제 무대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

 

2021윤동주문학제
 

6월 5일(토)에는 작년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며 시를 노래했던 뮤직드라마 <윤동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와뉴밴드’의 축하 무대로 공연이 시작됐다. 이어서 올해 창작음악제의 대상 팀 ‘감성골목’, 금상 팀 ‘진촌리까치들’, 은상 팀 ‘브루나’, 동상 팀 ‘조니밴’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한 아름다운 창작곡으로 무대를 펼쳤다.

 

2021윤동주문학제
 

6월 6일(일)에는 <2020 윤동주창작음악제> 수상팀인 ‘타래’, ‘한다 DO’, ‘두레소리’, 본선 진출팀 중 하나인 ‘판소리트래블러KA2729’의 공연으로 채워졌다. 기념 무대 없이 비대면으로 마무리된 작년 수상자들의 아쉬움을 달래는 자리였다. 시인의 언덕 위에 마련된 야외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뜨거운 햇볕 속에서 환호를 보내며 즐겁게 공연을 관람했다.

 

 

― HIDDEN STAGE ―
<2021 윤동주창작음악제> 수상팀 무대 밖 인터뷰

 
대상 감성골목
 

“기타, 피아노, 보컬, 하모니카,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소규모 어쿠스틱 밴드입니다. 저희 모두 해군 군악대 출신인데, 2019년에 보컬, 하모니카 둘이 시작했다가 한 명씩 전역 순서대로 합류해서 지금의 팀이 되었어요. 저희가 리듬 악기도 없고 밴드로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성이잖아요. 주제 시 ‘아침’은 고즈넉하면서도 활기찬 아침 풍경이 저희 음악 구성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어요. 처음에는 통통 튀는 듯 상큼하게 시작하다가 점점 블루스 느낌이 나도록 편곡했어요. 하모니카, 보컬이 주고받듯 스캣으로 리듬을 갖고 노는 느낌으로요. 저희가 팀으로서 대회는 처음인데, 첫 참가에 대상을 받게 되어 힘을 많이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내실을 다지며 열심히 활동해 나갈 생각입니다.”

 

 

금상 진촌리까치들
 

보컬 예린 씨가 좋은 음악제가 있다고 해서 함께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는 같은 대학교 친구들인데 학교가 진촌리에 있어서 ‘진촌리까치들’로 팀 명을 지었어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여러 번 읽어봤는데, ‘새로운 길’이 단어도 쉽고, 음악으로 만들면 그 에너지가 더 와 닿을 것 같았어요. 관객분들이 쉽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따라부르게 하고 싶어서 ‘오늘도’ ‘내일도’라는 단어로 후렴구를 썼어요. 따라부르다 보면 돌림노래처럼 절로 떼창을 하게 돼요. 대중적이며 푸른 느낌을 내고 싶어서 어쿠스틱 하게 편곡했습니다. 이번 기회로 서로 더 돈독해지고 준비 과정도 재밌었는데, 결과까지 좋아서 기뻐요. 그리고 오늘 축하 공연에 저희 멤버 예린x원정이 냈던 웹드라마 <소문을 삽니다> OST ‘꿈이길’이란 노래도 불렀는데요. 이번 계기로 그 곡도 함께 알려지면 좋겠어요.”

 

 

은상 브루나
 

“브라질의 나른한 오후를 노래하는 보사노바 듀오 ‘브루나’와 삼바 밴드 ‘프리마베라’의 멤버가 한팀이 되어 참가했어요. 시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삼바가 더 어울리겠더라고요. 보통 삼바 음악이라 하면 카니발의 화려함을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삼바가 원래 이런 어쿠스틱한 소악기가 모여서 ‘힘들지만 우리 희망을 가져보자’라고 함께 노래하는 음악이거든요. 저희 노래 들으며 다들 으샤으샤하면 좋겠어요. 브라질 악기 특유의 까랑까랑한 소리와 흥겨운 리듬이 매력이고, 특히 ‘휙, 휙, 휙, / 캄, 캄, 캄’ 부분은 처음 들어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요. 이번 수상으로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저희 장르가 공감을 받은 것 같아 아주 기쁘고요. 종로의 딸로서 뿌듯합니다. 저희 소식은 ‘브루나’, ‘프리마베라’ SNS 채널에서 만나실 수 있어요!”

 

 

동상 | 조니밴
 

“저희는 록을 좋아하는 대학 친구들끼리 모여서 만든 밴드입니다. 드러머 현민의 제안에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짧은 시간 작업해서 참여했는데, 동상 수상까지 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희가 고른 ‘새로운 길’이란 시를 보면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무대에서는 화려해 보이지만, 일과 연습을 오가는 반복적인 삶을 살거든요. 그런데 윤동주 시인님은 그걸 ‘새로운 길’이라고 하신 걸 보고 광명을 찾은 듯한 느낌이 오더라고요. 새로움에 걸맞게 신나는 록으로 편곡해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요즘 코로나로 라이브 무대에 설 기회도 많이 줄었는데, 좋은 무대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이 저희를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요. 혜성 같은 저희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윤동주문학제> 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문학 그리고 나라사랑 정신을 기릴 수 있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개최하여 시인의 시를 재조명하고 후대에게 기리는 특색 있는 문화축제입니다.

 

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김태화, 종로문화재단

Copyrightⓒ 2021 JFAC all rights reserved.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