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관 5주년을 맞이한 종로 아이들극장에서는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바다쓰기>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 가족이 문화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면 안전하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모두 공감하실 거예요. 기약 없이 길어지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과 집안에서만 보내는 시간의 답답함을 말입니다. 저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처음 방문한 종로 아이들극장은 극장 이름에 걸맞게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가 눈에 띄는 극장이었습니다. 먼저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여유 있게 공연장에 머무를 것을 배려해 공연 관람객에 한하여 3시간 무료 주차 혜택을 제공합니다. 또한, 주차장과 공연장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주차 후 편리하게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관람객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장 입구에서부터 철저하게 방역 점검을 진행하여 걱정과 우려를 덜 수 있었습니다. QR 체크인을 통해 방문객 정보를 기록하고, 비접촉식 온도계를 통한 발열 체크, 그리고 손 소독제 비치는 물론 줄을 설 때도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등 여러 단계에 걸쳐 안전 점검을 하고 있었습니다. 로비에는 종로구의 여러 문화 시설에서 열리는 공연 안내, 방역 안내, 극장 시설 및 관람 안내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상물이 상영 중이어서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간이 다 되어 입장이 시작되었을 때도, 시간차를 두고 거리두기하며 관람객들이 착석할 수 있도록 극장 스텝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었습니다.
아이들극장의 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많은 부분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화장실이 인상적이었는데,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더불어 아이들의 키를 고려한 세면대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니 아이들 전용 극장에 걸맞게 밝은 톤의 조명, 귀엽고 재미있는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구경하면서 쉴 수 있도록 조성된 맞춤 공연 환경이었습니다.
한글의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 준 <바다쓰기>
<바다쓰기>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글의 의미와 소중함을 온 가족이 함께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우리 가족이 방문한 날이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거리두기를 고려해 안배된 모든 좌석이 거의 꽉 찰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공연 관람을 하러 왔습니다. 좌석은 가족 단위의 관람이 가능하도록 그룹별로 준비되어 있었고, 그룹과 그룹 사이에는 충분한 거리가 있어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초등학생 어린이부터는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49개월 된 5세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관람했는데, 아직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하는 5세 아들도 제법 재미있게 관람하였습니다. 공연 중에 한글을 받아쓰기하며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은 '받아쓰기'가 자신의 전문 분야인 만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잘 써 내려갔고요!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5살 아들은 열정을 앞세워 뭐든 쓰려고 해서 엄마가 옆에서 살짝 도와줬습니다. 한글에 관한 관심과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공연을 보러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시 아이들에겐 문화적 체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던 점입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공연이 아니라 관람객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참여형 공연이라 더욱 좋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공연을 본 관객들을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아리수올림터의 변신! 친환경 '혜명아이들놀이터'
<바다쓰기> 공연을 즐겁게 보고 나서 아이들극장 밖에 마련된 '혜명아이들놀이터'에 들렀습니다. '혜명아이들놀이터'는 올해 5월 1일에 새롭게 개장한 어린이 놀이터였는데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아기자기해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입니다.
'혜명아이들놀이터'는 일반 놀이터와는 다른 탄생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놀이터의 터는 1987년 혜화동과 명륜동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축된 가압장(혜명아리수올림터)였으나, 건물이 노후화되어 지속적인 환경 개선이 요구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서울시와 종로구가 기존 가압장의 기능은 유지하면서 주변환경과 어우러지는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하게 되었고, 그게 바로 지금의 '혜명아이들놀이터'입니다. 이곳은 골목길 전망대이자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야간 경관 조명의 역할도 합니다. 조명은 태양광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었어요. 다양한 측면을 생각하고 배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친환경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슬기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종로 아이들극장'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 시기에도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뛰어노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아이들극장과 혜명아이들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 만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