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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 눈물 나게 따뜻한, 평범해서 더 애틋한 <구두쇠 스크루지-크리스마스 캐럴>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2-01 18:32:24
  • 조회 : 563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연말에 준비되었던 공연들이 코로나 재확산으로 무산 혹은 연기되면서 아이들극장이 준비했던 가족 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관객과의 만남을 그리며 준비해 온 배우와 제작진에게 이번 공연은 각별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비록 공연은 무산되었지만 함께 나누고 싶었던 크리스마스의 의미,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도 분주히 움직이던 연습 현장을 기록해본다.

 

코로나19의 등장이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함께한 고된 한 해를 돌아보는 올겨울은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의 풍경은 여느 때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종로 아이들극장'은 이렇게 얼어붙은 사회적 분위기를 따뜻하게 녹여줄 음악극 <구두쇠 스크루지-크리스마스 캐럴>(이하 구두쇠 스크루지)을 준비하고 있었다.

<구두쇠 스크루지>는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음악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주인공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업자의 유령,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들을 만나며 금전만 쫓느라 잊었던 젊은 시절의 순수함과 주위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참회한다.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묵직한 삶의 교훈을 담고 있지만, 디킨스의 재치 있는 필체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수 있는 주요 작품으로 남아있다.

이번 공연은 디킨스 특유의 유머러스함에 현대적인 각색을 더 한 작품이었다. 원작자 찰스 디킨스가 극 중 화자로 등장해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이 각색되었고, 작곡가 박소연이 편곡한 10곡의 캐럴 및 어린이 합창단, 화려하게 제작된 의상, 아기자기한 오브제, 영상 등 다양한 무대 장치와 효과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BACKSTAGE STORY
생생한 연습 현장을 가다

 
 
연습실 문을 열자 배우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짝을 지어 군무 연습 중이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중 마을 사람들이 모여 폴카를 추는 장면이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빠르게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자 연습실 안에 열기로 가득해졌다. 춤이 끝난 후 배우들은 마스크를 들썩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평소에도 힘든 춤 연습은 마스크가 가로막는 호흡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도 연습실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했다.

주인공 스크루지역의 김귀선 배우와 죽은 동업자 유령인 말리 역의 문욱일 배우의 연습이 이어졌다. 말리가 스크루지 앞에 등장해 그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경고를 하는 장면이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허를 찌르는 위트 있는 대사가 티키타카하며 격렬한 몸짓이 더해졌다. 두 중견 배우의 앙상블은 음악과 소품이 없는 연습임에도 마치 실전처럼 느껴질 만큼의 흡입력을 가지며 무형의 공간을 그려냈다.
 
 

어린이들을 주요 관객으로 하는 가족극인 만큼 배우의 연령층이 매우 다양한데,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12살 정수아 어린이가 스크루지의 과거를 보여주는 ‘과거의 유령’역을 준비했다. 연장자인 김귀선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출연자들이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 틈에서도 편안하게, 때로는 다른 역할의 빈자리도 채워가며 연습하는 모습이 성인 연기자들 못지않았다.

연습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안정적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승격으로 아쉽게 공연은 무산되고 말았다.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연습을 이어나갔던 그들의 모습을 올해는 아쉽게도 볼 수 없게 되었다.
 
 

#BACKSTAGE MESSAGES
백스테이지로부터 온 메시지

 
정수아 배우 - '과거의 유령' 역
"작년에 처음 무대에 선 후, 올해 두 번째로 서는 무대였어요. <구두쇠 스크루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공연 마지막에 다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에요. 함께 노래를 부르면 하나도 떨리지 않고 무엇보다 정말 행복해요. 함께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김민희 배우 - '패치위그 부인', '토퍼부인', '여자도둑' 역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어 이야기 속의 크리스마스처럼 행복한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함부로 접촉도 할 수 없고 관계를 맺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서 마치 혼자 모든 것을 극복해야 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사실 큰 맥락에서 보면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만 극복이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 이야기가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박인자 배우 - '밥 부인' 역
"모든 배우가 춤 연습을 오래 했어요. 마스크를 쓰고 하다 보니 다들 고생이 많았죠. 하지만 모두 성격이 좋아서 연습 내내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구두쇠 스크루지>는 어린이 대상의 공연이긴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 삶을 비춰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른들 역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라 추천하고 싶어요. 스크루지를 통해 인생의 순간들을 마주하시길 바라요."
 
우기홍 배우 - '밥'역
"저는 스크루지의 유일한 직원이자 아이들이 많은 집의 가난한 가장 '밥'이에요. 개인적으로 소아마비를 앓던 막내아들 '팀'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제게도 실제로 아들이 있어서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고,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책임뿐 아니라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힘든 시기일수록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챙기는 게 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위에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 고립된 어린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가까이 있지만 챙기지 못했던 가족, 친구들에게도 안부 인사를 전해보세요."
 
김귀선- ‘스크루지’ 역
"스크루지 역을 맡기 전에는 이 소설의 이야기가 나쁜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깨달음을 얻어 변화하는 권선징악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스크루지가 되어 보니 한 사람으로서 이해와 공감이 되는 부분들도 있었죠. 그 역시 소외된 사람이었고, 태생부터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거에요. 구두쇠, 악의 대명사인 스크루지 역시 심연에는 선함을 품고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입니다. 이기적인 사람을 만들어내지 않는 환경은 모두가 같이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저(스크루지)를 보며 내면의 선한 마음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이병훈 연출
"<크리스마스 캐럴>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로 10년 가까이 선보여 왔던 작품입니다. 긴 공연시간 동안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구두쇠 스크루지>를 시작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어린이 동화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성인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잘 풍자한 작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이기적인 심성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인간을 강조하는 교훈적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변화'라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변화는 나와 주위를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변화는 공동체적 인간을 만들고, 비로소 타인의 존재가 기쁨이 될 수 있죠. 어쩌면 변화는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우리도 지금 큰 변화를 겪고 있죠. 올해는 아쉽게 못 만나지만, 내년에 꼭 만나요!"
 

  

 

*위 기사의 촬영 및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이전에 진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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