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독립운동의 중심점인 종로. 그 시절 나라를 위해 힘쓰신 많은 순국선열분의 흔적이 종로 곳곳에 남아있는데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쳐간 그곳들을 기억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서울시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100개의 버스정류장에 독립운동가 활동 터와 의거 터를 병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버스 안내방송으로만 접하고 무심결에 지나쳤던 것 같은 그 장소들! 여러분께 소개하기 위해 종로픽플이 직접 다녀와 봤는데요. 우리 종로구에는 어떤 정류장이 있는지, 그리고 정류장 주변에 함께 둘러보면 좋은 역사적 장소가 있는지 함께 떠나보시죠.
원래는 '인사동 입구'로 불리던 정류장이 '인사동들머리. 3.1 독립선언터'라는 이름으로 변경됐습니다. 이곳이 바로 1919년 3월 1일 정오, 민족대표들이 대한독립선언문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독립 의지를 밝힌 곳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3.1 독립선언터', 어떤 곳인지 안 가볼 수가 없겠죠. 근처에 역사적 장소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한 번 둘러볼까요?
3.1 독립선언광장(옛 태화관 터)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39
3.1 독립선언광장은 서울시가 2018년도에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한 태화관 터(명월관 인사동 지점)에 조성한 광장입니다. 광장의 위치는 현재 태화빌딩 앞에 조성되어 있는데요. 태화빌딩 1층 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민족대표 삼일독립선언도>가 걸려 있습니다. 태화빌딩을 마주하고 왼쪽에 독립선언광장 안내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광장에 있는 돌기둥과 조명, 판석 하나하나에도 역사적 의의를 담은 설명에서 정성이 느껴집니다. 조명이 환하게 들어온 광장을 보러 저녁에 방문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좌) 3.1독립선언광장 | 우) 태화빌딩 1층 <민족대표 삼일독립선언도>
삼일독립선언 유적지는 3.1독립선언광장에서 태화빌딩에서 코너만 돌면 바로 등장합니다! 삼일독립선언 유적지에는 기념 비석이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탑골공원에서 터진 민족의 절규와 함께 민족대표 일동은 여기 명월관지점 태화관에서 대한독립을 알리는 식을 거행하는 동시에 미리 서명해 두었던 선언서를 요로에 발표하고... (중략) 그러나 도시재개발계획에 따라 건물이 설리게 되매 새 집을 짓고 여기에 그 사연을 줄잡아 둔다."
비석의 뒤에는 길게 이어진 철판 위에 기미독립선언문이 한 글자, 한 글자 새겨져 있습니다. 그 내용만큼이나 길이에서도 압도적인 감동을 주는 선언문입니다.
그 밖에도 3.1독립선언광장과 삼일독립선언 유적지의 풀밭에는 위와 같은 비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선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 사당인 순화궁이 있던 터를 알리는 비석과 작년에 우리나라로 유해가 귀환되었던 홍범도 장군을 기리는 비석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옆으로 조금 걸어가면 민영환 자결터가 있습니다. 을사늑약의 폐기를 주장했던 그는 국민, 외교사절, 황제에게 보내는 3통의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습니다. 이듬해 그의 피 묻은 옷과 칼을 걸어둔 방에 대나무 네 줄기가 자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1919년 3월 1일 정오, 독립선언서가 발표되던 그날을 떠올릴 수 있는 안내문과 독립선언문을 보니 점점 코끝이 찡해집니다. 이렇게 좋은 날, 우리가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피와 땀, 눈물을 흘려주신 분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이 정류장의 원래 명칭은 '종로5가.효제동'이었는데, '종로5가.효제동.김상옥 의거 터'라는 명칭으로 병기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는 서울시에서 준비한 김상옥 열사 의거 안내문이 함께 걸려 있습니다. 1890년에 효제동에서 태어난 김상옥 열사는 종로에서 나고 자라고 투쟁하다 세상을 떠난 독립운동가 중 한 분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야학교를 다니며 학업에 정진했으며, 3.1 운동 이후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비밀결사인 혁신단을 조직해 활동하다 약산 김원봉을 만나 의열단에 가입했고, 1923년 1월 12일 저녁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종로5가.효제동.김상옥 의거 터 정류장
서울시 종로구 효제동 30-4
폭탄을 던진 후 피신하다가 결국 발각되어 포위된 그는 3시간의 투쟁 끝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마지막 남은 한 발로 자결 순국했습니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1,000여 명의 일본 경찰에게 둘러싸인 김상옥 열사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이 어떤 곳인지, 김상옥 열사가 어떤 분이고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 수 있는 자세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선 총독 마코토를 처단하기 위하여 서울에 온 김상옥은 이곳 효제동에서 삼중으로 포위한 일제 군경 1천여 명과 3시간 반에 걸친 '단독대첩'을 치르면서 16명을 거꾸러뜨린 뒤 마지막 한 발은 자기 몸에 발사하여 뜻을 꺾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김상옥의 몸에는 11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종로5가.효제동.김상옥 의거 터
서울시 종로구 종로 55, 종각역 8번 출구
'인사동들머리.3.1독립선언터' 정류장을 지나 종각역으로 내려오면 '김상옥 의거 터' 표지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시즌3 5화 '1 VS 1000의 사나이 : 신출귀몰 경성 피스톨' 편이 방영되며 김상옥 열사의 의거에 관한 이야기가 알려졌죠. 또한 영화 <밀정>의 첫 격투신도 김상옥 열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온 장면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조선경찰서가 자리하고 있던 옛터인데요. 바로 김상옥 열사가 폭탄을 투하하며 의거를 한 역사적 장소입니다. 표지석이 출구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어 눈에 쉽게 띄지는 않습니다. 이제 이곳의 역사적 의의를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한 번씩 표하면 어떨까요?
김상옥 열사의 상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04
김상옥 열사의 상은 마로니에 공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르코 미술관 앞 광장에 우두커니 서 계셔서 공원의 어느 방향에서든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크기가 큰 동상이라 압도감이 느껴졌는데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김상옥 열사의 얼굴에서는 그날의 결의와 비장함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김상옥 열사의 상은 좌우로 돌아가며 볼 때마다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도 좌우로 자리를 옮겨가며 김상옥 열사의 다양한 얼굴을 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나의 생사가 이번 거사에 달렸소. 만약 실패하면 내세에서 만나 봅시다. 나는 자결하여 뜻을 지킬지언정 적의 포로가 되지는 않겠소."
김상옥 열사의 상 아랫면에는 열사에 대한 소개와 약력,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적혀있습니다. 본인의 마지막 인사처럼 적의 포로가 되느니 자결을 택한 김상옥 열사, 부디 그 순간에 아픔이 짧았기를 기도해 봅니다.
"나는 대한의 독립과 결혼했다"라고 외쳤던 김마리아 열사는 '한국의 잔 다르크'로 불리는 독립운동가입니다. 1919년 2월 8일, 도쿄에서는 2.8 독립선언이 있었는데요. 당시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김마리아 열사는 이 독립선언문을 조선으로 들여오기 위해 10장을 복사하여 부산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일본군의 경계가 삼엄하던 그 시절,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요. 김마리아 열사는 기모노를 입고 그 안에 독립선언문을 숨겨서 들여오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김마리아 활동 터 정류장 근처에는 이렇게 김마리아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연동교회에서 세브란스 관(옛 정신여학교 본관)으로, 회화나무와 김마리아 선생 흉상을 지나 선교사의 집으로, 이어 여전도회관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그분의 생애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연동교회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37
연동교회는 제임스 게일(James. S. Gale) 선교사가 설립한 교회로,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입니다. 교회 내에는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김마리아 열사는 이곳에서 세례를 받았고,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독립과 신앙생활에 매진하셨다고 하네요.
김마리아 흉상과 회화나무(옛 정신여학교)
서울시 종로구 김상옥로 29
SGI서울보증보험 건물 왼쪽 계단을 통해 올라오면 김마리아 열사의 흉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마리아 열사의 흉상 옆에는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원래 정신여학교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정신여고가 일본 관헌의 수색을 받게 되자 비밀문서와 태극기, 그리고 당시 교육이 금지되었던 국사 교재들을 이 고목의 빈 구멍에 숨겼다고 합니다. 그 후에도 각종 비밀문서를 보존하여 역사적인 자료를 남긴 유서 깊은 수목이라고 하는데요. 긴 역사만큼이나 나무의 크기도 상당합니다. 현재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잘 보존되고 있습니다.
여전도회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190
여전도회관은 김마리아 열사가 회장을 역임하며 기독교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곳이라고 합니다. 여전도회관 1층의 역사전시실에는 김마리아 열사의 업적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데요. 이곳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종로구에는 다양한 테마의 골목길 탐방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3인 이상 예약하면 골목길 해설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친구들, 아이들과 같이 삼삼오오로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김마리아 길 코스 바로가기 | 종로테마여행 골목길 해설 예약 바로가기
이렇게 독립운동 정류장 투어를 마쳤는데요.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한분 한분의 삶과 흔적을 돌아보니 순국선열의 의미를 늘 기억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오늘 코스는 한 시간이면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답니다. 다 둘러보진 못하더라도 이곳을 지날 때 순국선열의 의미를 되새기며 잠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아름다운 자유를 만끽하는 호국보훈의 달이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