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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X TOUR | 종로를 다르게 보는 방법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7-11 19:36:06
  • 조회 : 1443
올라가보기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발아래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높은 산에 올라 도심을 내려다보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쉬운 일이 아니죠. 뷰 맛집으로 소문난 ‘핫‘하고 ’힙‘한 장소를 찾아가면 사람이 많을뿐더러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눈치 싸움까지 해야 하고요. 만약 산에 오르거나 눈치 싸움을 하지 않고도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면? 종로픽플은 종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닉할 수 있는 ‘보기’ 방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종로 다르게 보기'는 <옥상에 올라 내려다보기> 입니다. 파란 하늘, 햇살 가득한 날 조금 특별한 옥상에 올라간다면 가벼운 옷차림과 걸음만으로도 종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그럼 함께 올라가 볼까요?

 

 

코스

조선의 중심에 오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화문 한복판에 큐브 형태의 거대한 건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보입니다. 이곳은 19세기 말 개항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과거 문화체육관광부 청사였던 건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2012년 박물관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상설 전시를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8층 옥상정원으로 올라갑니다. 옥상정원에서는 북악산과 경복궁의 전각 지붕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경복궁 뒤로 지난 5월부터 개방된 청와대 모습도 보입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시선을 서쪽으로 돌려보면 겸재 정선의 화폭에도 담겼던 인왕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8층 옥상정원에서만 광화문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역사관으로 내려오면 '광화문 풍경'이라는 공간을 만나 보실 수 있는데요. 이렇게 멋진 풍경을 담은 액자가 또 있을까요? 풍경을 내려다본 후에는 전시실과 체험존에서 대한민국 근대사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광화문

 

좌) 광화문과 청와대, 북악산 | 우) 5층 광화문 풍경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98 | 홈페이지 바로가기

 

코스

왕실의 터전에 오르다
서울공예박물관 전망대

코스

두 번째로 올라가 볼 장소는 2021년 7월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50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박물관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조선 왕실의 거처였다가 대한제국 시절 순종의 혼례를 위한 안동별궁을 거쳐 풍문여자고등학교가 자리 잡고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장소이기도 합니다. 현재 서울공예박물관 남쪽으로는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인사동 거리가, 서쪽으로는 들여다볼 수 없었던 높은 담벼락의 송현동 부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 세도가의 터전으로 이용되다가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고, 광복 후 주한미국대사관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던 터로 현재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자 이건희 기증관 건립 예정인 부지입니다. 있는 힘껏 발끝을 올려 보아도 담벼락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죠. 그럼 서울공예박물관 옥상 전망대에 올라볼까요? 서울공예박물관 전시 1동 좌측 어린이박물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5층으로 올라갑니다. 옥상 전망대에서는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송현동 부지와 인사동에서 조계사로 이어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편에는 휴게 공간이 있어 잠시 쉬어 갈 수 있습니다. 옥상정원을 둘러보셨다면 밖으로 나와 본관 전시장으로 이동하여 공예 전시도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광화문

좌) 송현동 부지 | 우) 인사동에서 조계사로 이어지는 길

서울공예박물관 전망대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 블로그 바로가기

 

코스

변화의 궤도에 오르다
다시 세운 세운옥상

코스

청계천과 종묘 사이에는 현대판 장인들이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운상가'가 있습니다. 드라마 <빈센조>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로도 익숙하실텐데요. 1990년대 전자제품이 호황이던 시절에는 세운상가에서는 탱크도 만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올라가 볼 장소는 바로 세운상가 옥상에 있는 '세운옥상' 입니다. 지하철 1호선 종로 3가역 12번 출구에서 약 200m 전방에 다시 세운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평일 저녁 혹은 주말이 되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힙지이기도 한데요. 이곳 옥상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종로 도심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답니다. 세운상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있는 세운옥상으로 올라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옥상에서는 파란 슬레이트로 뒤덮인 청계천로 일대의 공장 지붕들과 일대 재개발사업으로 공사가 한창 중인 도심의 풍경을 가장 먼저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어수선하고 옹기종기 밀집된 슬레이트 지붕 풍경이 다라고 생각하시면 오산! 다시 세운 세운옥상의 하이라이트는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 한양, 지금의 종로에 가장 먼저 세워진 신성한 신의 영역인 '종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운옥상에서 종묘와 함께 종로부터 퇴계로 그리고 남산타워까지 두루두루 내려다보실 수 있습니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에는 일몰 이후까지 개방돼서 종로 대로변으로 석양이 지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종묘와 함께 분주한 도시의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세운옥상. 이곳은 계절의 변화로 더 놀라운 풍경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종묘를 감싸고 있는 자연의 색다름을 마주해보세요. 또한 다시 세운 1층에서 조선 전기(15~16세기)에 지어진 건물지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답니다. 옥상에 오르지 않고도, 3m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보기 방법이 아닐까요?

광화문

좌) 슬레이트 지붕으로 뒤덮인 예장동 일대 | 우) 보수 공사중인 종묘

다시 세운 세운옥상 |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코스

창작의 여정에 오르다
창신소통공작소

코스

마지막으로 올라가 볼 장소는 '창신소통공작소'입니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1번출구로 나와 북적북적하는 시장 골목을 지나 작은 골목과 계단 길들을 구불구불 오르면 창신소통공작소에 다다르게 됩니다. 창신동 낙산 줄기의 암석을 캐던 채석장(절개지)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종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신소통공작소는 창신동을 기반으로 종로구 동부지역의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지역거점문화공간입니다. 창신소통공작소의 작은 옥상정원에 오르면 남산과 창신동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 임옥상의 <천개의 바람> 조형물이 바람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도심 속 옥상에서 느끼는 바람과 다른 시원함을 느껴보세요. 창신소통공작소 아래편에 있는 자연형 어린이 놀이터 '산마루 놀이터'도 이용해보세요. 아이들을 위한 정글짐과 황토색의 둥근 길을 따라 올라가면 또 다른 종로의 도시 풍경이 펼쳐집니다.

광화문

좌) 남산과 창신동 일대 | 우) 산마루 놀이터

창신소통공작소 | 서울시 종로구 창신6가길 47 | 홈페이지 바로가기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남산과 낙산으로 둘러싸인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에는 종로구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궁궐과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 발굴 현장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한데 어우러진 풍경을 내려다본다는 것만으로도 종로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옥상에 오르기만 해도 도시의 풍경과 산들을 마주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 보기 방법인가요? 종로 곳곳의 옥상에 올라 내려다보세요.

 

 

 

 

 

 

 

들어가보기

집에는 사는 사람들의 취향과 삶이 온전히 녹아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집이 지어진 내력을 통해 시대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환경정비와 재개발 등으로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낡은 집들은 철거되는 이 시대에 오래된 흔적과 이야기를 지켜나가며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문을 열어 반갑게 맞이해주는 주인은 없지만, 찾아오는 손님은 누구든 들어올 수 있게 문이 열려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 우리 종로구에 말입니다. 종로픽플이 제안하는 두 번째 '종로 다르게 보기'는 <집으로 들어가 보기> 입니다. 집으로의 초대, 듣기만 해도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말이 아닐까요?

 

 

코스

대궐 같은 집으로의 초대
백인제가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백인제가옥'이라 불리는 백인제 선생의 집은 북촌 한옥마을 인근 종로구 가회동 골목 한편에 있습니다. 북촌에서 안국동 윤보선가(고 윤보선 전 대통령 사저)에 버금가는 대규모 한옥으로 알려져 있죠. 백인제 선생은 지금의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전신인 백인제외과병원 설립자이자 당대 최고의 외과 의사였습니다. 사실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 금융계의 큰손이자 이완용의 외조카로 알려진 한상룡이 1913년에 로비와 사교를 목적으로 지었습니다. 이후 민족자본가 최선익의 소유를 거쳐 1944년에 백인제 선생이 소유권을 갖게 됩니다. 이런 내용은 상량문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가옥의 창호와 창살은 전통적인 한옥에서 볼 수 있는 모양새이지만 창호지가 아닌 유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전통가옥의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근대적 변화를 수용한 이 가옥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백인제가옥은 전통적인 한옥의 안채, 사랑채, 행랑채뿐만 아니라 별당채까지 딸린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공간을 나누는 담과 일각문에도 근대 건축 재료인 붉은색 벽돌이 사용되었습니다.

 

발끝으로 삐그덕거리는 마루의 촉감을 느끼며 집 안으로 들어오면 안채의 닫혀있던 문이 열립니다. 흥미롭게도 백인제 선생의 가옥은 사랑채와 안채가 분리되지 않고 중간 문과 복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복도의 문을 경계로 바닥의 형태도 우물마루(한국식)와 장마루(일본식) 양식이 혼용된 점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간 살림 도구들을 넣어 두는 2층의 다락도 드물게 방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세계 2차대전으로 인한 공포의 시대를 대변하듯 이 가옥에는 '방공호'가 있습니다. 하지만 애주가였던 백인제 선생과 아들의 술 창고로 쓰였다고 합니다. 이 가옥의 하이라이트 별당채로 들어가 봅니다. 별당채의 창문은 창호지와 유리를 같이 사용했는데, 여기 '눈꼽재기창'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창이 있습니다. 눈곱만큼 작은 크기의 창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요. 유리창이었다면 방안에서도 밖을 살펴볼 수 있지만 창호지 문은 그렇지 못하니, 추운 겨울에 문을 열지 않고도 밖을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집 밖으로 나와 정원이 딸린 작은 숲길을 거닐어 봅니다. 바닥 곳곳에 있는 포토 스폿 표식을 찾아 가옥의 풍경을 담아보세요.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시해설 예약을 해야 하니 참고하세요!

 

 

 

광화문

 

좌) 붉은색 벽돌을 사용한 일각문 | 우) 안채와 복도

 

 

광화문

 

좌) 별당채의 유리창과 정원 풍경 | 우) 눈꼽재기창

 

 

백인제가옥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7길 16 | 문의 02-724-0200

 

코스

사라져가는 것들의 초대
돈의문박물관마을

코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며 수도 한양에 축조한 사대문은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 돈의문인데, 그중 돈의문은 아쉽게도 현존하지 않습니다. 1915년 일제강점기 강제 철거 이후 복원을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교통 상황 등의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현재는 디지털 복원(AR) 화면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역사 속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돈의문 안쪽에는 그 흔적과 시간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새문안골 혹은 새문안 동네라 불린 '돈의문박물관마을'입니다. 한양도성 서쪽 성문 안의 이 마을은 100여 년의 시간을 거치며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2003년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며 위기가 있었지만, '고쳐서 다시 쓰는' 서울형 도시재생 방식으로 6080세대의 향수를 달래줍니다.

마을마당을 가로질러 이층집 앞에 도착하면 입구에 '삼대가옥'이라는 문패가 걸려 있습니다. 이 가옥은1956년 신축 당시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집으로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있는 'ㅁ' 구조형에 서양식 테라스와 서재, 굴뚝 그리고 일본식 건축양식을 결합한 가정 주택입니다. 가옥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100년에 걸쳐 3대가 살았던 집입니다. 삼대가옥 담벼락 한편에는 정부가 1980년 과외 금지 조치 발표하며 사라져 버린 사교육 현장의 흔적인 '과외방' 간판이 있습니다. 지금은 '돈의문역사관'으로 탈바꿈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지오(AGIO)'에서는 과거 레스토랑의 흔적부터 새문안 동네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새문안 동네에 살았던 외국인의 사교 클럽 '구락부'부터 어릴 적 엄마 몰래 용돈을 다 잃어도 재밌던 오락실과 리어카 목마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모인 마을로의 초대가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광화문

좌) 삼대가옥 문패 | 우) 아지오(AGIO)의 이태리풍 인테리어

돈의문박물관마을 |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 | 홈페이지 바로가기

 

코스

기쁜 마음의 궁전으로의 초대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

코스

오랜 시간 행촌동을 지켜온 은행나무 옆에 붉은색 벽돌로 쌓아 올린 앨버트 W. 테일러 부부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 집의 이름은 ' 이름을 붙였습니다. 1923년에 공사가 시작된 딜쿠샤는 이듬해에 완공되기까지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딜쿠샤가 자리한 땅은 은행나무골로 불리며 당시 사람들에게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딜쿠샤 주인이었던 테일러는 무사히 집을 완공한 것이 하나님의 도움이라 여겨 정초석에 성경 구절을 함께 새겼다고 전해집니다. 일제강점기 근대 건축인 딜쿠샤는 1942년에 추방된 주인을 잃고 소유주가 바뀌며 방치되어오다, 2005년 앨버트의 아들 브루스 T. 테일러의 의뢰로 서일대학교 김일상 교수가 찾아내 복원을 거친 후 2021년 개관했습니다. 정초석 좌측 돌계단을 오르니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함께 들어가 볼까요?

서양식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벽돌집인 딜쿠샤는 내부를 슬쩍 둘러보아도 인테리어와 가구, 소품 등이 서양인 부부의 저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부부가 수집한 한국 전통 가구나 도자기 등도 놓여있습니다. 1층 거실에서는 벽에 걸린 앨버트 W. 테일러 가문의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요. 이 문장판 뒤로는 한국의 추위를 대비하여 들여놓은 대형 난로의 연통 구멍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집 안 곳곳에서 서양 건축의 난방장치인 벽난로의 흔적들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한국의 환경과 여건에 맞추어 남향으로 집을 배치하고, 더운 여름 나기를 위해 넓은 창문과 개방적 베란다를 설치해 두었습니다. 방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뼈대가 되는 부재들이 휘지 않게 목조트러스트가 받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벽돌을 눕히지 않고 세워서 쌓는 '공동벽쌓기'라는 방식으로 건물을 올린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더 이상 앨버트 W. 테일러 부부의 온기는 남아있지 않지만, 딜쿠샤만의 건축적 특징을 발견하며 주인 부부가 살던 당시의 일상을 상상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광화문

좌) 2층 응접실 | 우) 벽난로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뉴트로(New-tro) 열풍이 확산되며 전통 한옥과 일본식 적산가옥 등 오래된 집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 숙박시설 등이 연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힙한 장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모두 학교가 끝난 후 혹은 퇴근 후 돌아가 편히 쉴 각자의 집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오래된 집에 대한 매력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제나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누구든 반가이 맞이하며 집 안 구석구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은 아닐까요? 초대받은 집의 주인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된 과거의 흔적을 기억하고 나눌 마음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뜨거운 여름날, 멋진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해 여전히 고민 중이신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대궐' 같은 백인제가옥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의 흔적이 담긴 돈의문박물관마을로, '기쁜 마음'의 궁전 딜쿠샤(DILKUSHA)로 들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멋진 과거로의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위 기사글 및 사진은 저작자와 종로문화재단의 공동 저작물로 동의 없이 무단 복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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