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다.
별 하나에도 추억과 사랑과 시를 떠올리는
따뜻한 감성을 선사하는 시인 윤동주,
그의 아름다운 시와 생애를 조망하는 윤동주문학제가
2022년 가을 바람과 함께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다.
1917년 12월 30일, 윤동주는 항일 독립운동의 터전인 중국 길림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아버지 윤영석과 어머니 김용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명은 ‘해환(海煥)’, 해처럼 밝은 아이라는 뜻이었다. 윤동주의 아버지는 아이 셋에게 해, 달, 별을 각각 이름으로 주었다. 윤동주의 동생인 일주는 달환, 그리고 어려서 죽은 셋째는 별환이었다. 윤동주는 28년 생애의 절반인 14년을 명동촌에서 보냈으며 그곳에서 드넓은 자연과 신앙, 그리고 민족주의를 접할 수 있었다.
윤동주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명동촌은 민족교육의 거점이라고 할 만했다. 이주 초기부터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인 명동촌의 한인들은 선구자적인 의식으로 많은 독립지사를 배출했다. 윤동주 역시 독립운동가인 외삼촌 김약연 목사가 세운 명동교회와 명동소학교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민족의식을 깨우쳤다. 그는 의대에 가라는 아버지의 권유를 뿌리치고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했다. 연희전문에서의 생활은 개인적으로도 시인으로서도 풍요로운 시기였다. 종로구 누상동에서 하숙한 윤동주는 ‘십자가’.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등의 대표작을 썼다. 연희전문을 졸업한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다. ‘히라누마 도오쥬’ 윤동주의 학적부에는 새로운 이름이 적혔다. 창씨개명을 하기 닷새 전인 1942년 1월 24일 그는 시 ‘참회록’을 썼다.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일본 유학 2년 차가 되었던 1943년 윤동주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송몽규, 고희욱과 함께 일본 특별고등경찰에게 체포되었다. 죄목은 ‘조선독립운동’.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의 수호를 선동했다는 것이었다. 태평양전쟁으로 전시체제에 들어서 있던 일본은 그들을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고희욱은 1944년 1월에 풀려났으나, 윤동주와 송몽규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수감되었다.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윤동주는 19개월하고도 이틀 동안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만 했고 급기야 생체실험으로 고초를 겪다 1945년 2월 16일,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시인의 향년 만 27세 1개월이었다. 윤동주의 아버지와 당숙은 일본으로 날아가 윤동주의 유해를 수습했고 윤동주의 유해는 후쿠오카의 화장터에서 화장되어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시인의 장례는 고향집 마당에서 문재린 목사의 집례로 거행되었다. 눈보라가 몰아칠 만큼 몹시도 추운 겨울날이었다. 1948년 1월, 유고 31편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었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다면?
1914년 지금의 연세대학교인 연희전문학교에 재학하던 윤동주는 종로구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후배 정병욱과 함께 하숙 생활을 했다. 당시 윤동주는 수성동 계곡과 인왕산에 올라 시정을 다듬으며 '별 헤는 밤', '자화상', '또 다른 고향'과 같은 대표시를 이 시기에 썼다. 시인은 떠났지만, 그의 발자취와 세상을 향한 시선을 기억하고자 윤동주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윤동주문학관은 청운수도가압장으로 사용되던 물탱크로 고지대의 아파트에 원활한 수도 공급을 위한 시설이었다. 2005년 노후된 아파트를 철거하며 방치되어 있던 청운수도가압장을 2012년 종로구에서 윤동주문학관으로 재탄생시켰다. 가압장은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물을 다시 힘차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이다. 윤동주문학관은 삶에 지치고 상처 입은 우리 영혼에 시인의 시가 주는 든든한 위로와 다독임처럼, 윤동주의 아름다운 시와 그의 생애를 조명하며 우리 영혼의 가압장이 되었다.
윤동주문학관이 더 궁금하다면?
윤동주문학관이 2015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윤동주문학제'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 문학사상과 민족정신을 되새기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축제의 장이다. 시민들이 여름부터 윤동주문학관 일대에서 시를 체험하고 음악을 들으며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새로운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창작음악제 및 청소년 시화공모전과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2014년에 윤동주 시인의 시를 주제로 전국 중고등학생의 시화를 공모한 <제1회 전국 청소년 윤동주 시화공모전>을 개최하고, 2015년에 윤동주 시인 서거 70주기를 맞이해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하는 자유 창작곡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제1회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를 개최했다. 또한 2018년에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세 차례의 특별강연과 EBS 라디오 명로진의 북 카페 공개방송 <윤동주 詩를 노래하다>를 진행했으며, 2020년에는 이동형 사운드 공연 <새로운 길>과 뮤직드라마 <윤동주> 상영회를 선보이는 등 특색 있는 문학 축제로서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온오프라인을 무대로 꾸준히 추진해왔다.
윤동주문학제의 지난 시간이 궁금하다면?
윤동주문학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봄부터 가을까지 '2022 윤동주문학제'를 개최하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윤동주 시인의 삶과 문학 작품을 누릴 수 있도록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지난 4월부터 <제9회 전국 청소년 윤동주시화공모전>과 해설사와 함께하는 윤동주 이야기 투어 <동주와 새로운 길> 등을 진행했지만 몇몇 프로그램을 놓쳤다고 아쉬워 말자.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7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윤동주문학관 일대에서 <제9회 전국 청소년 윤동주시화공모전> 수상작 30점으로 구성된 전시회 <동주와 함께 걷는 길>이 열린다. <제8회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 수상자가 발표되면 전시에서 창작곡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윤동주문학제를 대표하는 두 공모전의 수상작은 윤동주문학관뿐 아니라 시인의 언덕, 청운문학도서관에도 각각 전시되며 종로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9월 24일에는 더숲 초소책방에서 <제8회 전국 윤동주창작음악제>의 본선 심사를 진행한다. 특별히 올해부터는 초등학생들에게 윤동주 시인을 알리기 위해 <제1회 전국 초등학생 윤동주사생대회>도 시작한다. 대회는 10월 15일 시인의 언덕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해 윤동주문학제와 관련해 더 자세한 내용은 종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윤동주문학관으로 문의하면 된다.
기간 2022. 4 ~ 11월
장소 윤동주문학관 외
주최·주관 종로구·종로문화재단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국가보훈처, 한국문학관협회
기획 | 이상미 편집 | 슬로우모어 사진 | 종로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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