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에는 다양한 책을 즐길 수 있는 구립도서관이 많이 있는데요. 청운문학도서관, 아름꿈도서관, 우리소리도서관,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각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교육·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혹시 책을 읽으며 글을 쓴 작가와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종로구립도서관에선 작가에게 책에 관한 내용을 직접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인데요. 종로픽플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종로에서 문학적인 하루를 보내는 방법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그동안 종로구립도서관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행됐는데요. 먼저 '한 주제로 함께 읽기' 사업으로 진행되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지난 7월 우리소리도서관에서 김유 작가와 <마음버스 타고 놀자!>, 아름꿈도서관에서 서석영 작가와 <가족을 빌려줍니다>가 진행됐습니다. 다음은 출판사 연계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으로 도서관과 출판사, 종로문화재단이 함께 꾸려나가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6월에는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고요에 머물다」와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의 저자 장석주 작가와 '노자와 니체 : 철학자에게 삶의 길을 묻다'가 진행됐고, 7월에는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에서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제작된 「언더그라운드」의 허욱 감독과 양희 작가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그 외에도 특별한 날을 맞아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직접 도서관에 방문해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강연을 들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와 만나 책으로 전하지 못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점도 질문하며 책에 대해 깊이 이해할 기회라고 할 수 있죠.
올해 진행된 다양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노자와 니체 : 철학자에게 삶의 길을 묻다' 장석주 작가와의 만남 현장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 기억
「언더그라운드」
저는 지난 7월 13일에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에서 진행된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 기억 「언더그라운드」'를 주제로 한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 다녀왔습니다.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은 명륜동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종로 마을버스를 타고 '명륜시장.성대후문' 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옆 명륜동 와룡문화센터 5층에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이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 가는 길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은 역사, 문화, 철학 등 우리 민족의 얼, 혼, 넋이 스며들어 있는 고문헌에서부터 현대적인 자료까지 갖추고 있는 국학 특화 도서관입니다. 공공도서관 최초의 국학 특화 도서관이라는 점이 매우 색다르죠. 깔끔한 시설에서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국학 관련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학 서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술, 역사,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고루 마련돼 있고, 어린이들을 위한 열람실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좋은 도서관입니다.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 내부
출판사 연계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서는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와 책을 같이 만든 허욱 감독과 양희 작가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부부인 허욱 감독과 양희 작가는 터널이나 굴과 같은 지하 구조물을 찾아다니며 한국과 일본의 지하 공간에 남아 있는 제국주의와 국가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자 <언더그라운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주로 지상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지하 공간이라는 말을 다소 생소하게 느끼며 그곳에 대해서도 주목해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허욱 감독은 지하 구조물에 매력을 느끼고 한국과 일본 등의 지하 공간을 탐색하며 여행했습니다. 그가 언더그라운드의 흔적을 찾아다니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을 "채집한다"라고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2014년부터 5년간 채집한 지하 구조물의 영상을 모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뒤 책으로도 기록한 것이 「언더그라운드」입니다.
「언더그라운드」 작가와의 만남 현장
두 분이 강연을 시작하며 소개해주신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역 승강장, 여의도 벙커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일상과는 멀게 느껴진 지하 구조물이 사실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평소 사람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지하 구조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큐멘터리 일부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자의 관점에서 해석을 줄이고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다큐멘터리는 여행의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는 생생한 영상이었습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탄광지와 지하 구조물에 대해 새롭게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책과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국가 폭력에 의해서 상처로 기억되는 장소들이라고 합니다. 기념하고 애도하지 않으면, 특히 기억하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강연이 마무리됐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참여자들뿐 아니라 온라인 참여자들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책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작가와 감독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VoDA(보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다큐멘터리, VoDA(보다)
어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도서관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미리 신청만 하면 책과 작가가 함께하는 문학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종로구립도서관에서는 앞으로도 여러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8월에는 은희경, 조영선, 권문희 세 작가를 따로따로 만날 수 있는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의 여름방학 프로그램 '릴레이 북콘서트'와 청운문학도서관의 '한 주제로 함께 읽기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와의 만남'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들에게 근대문화사를 듣는 출판사 연계 '청운문학도서관×혜화1117 작가와의 만남'도 있어요. 책을 좋아하시는 분 혹은 책보다 작가와 더욱 가까워지고 싶으신 분들은 올여름 도서관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책 향기로 가득한 하루를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8월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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