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같던 무더위가 가시고 어느덧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을 맞이하는 일은 종로의 대표 문화축제 중 하나인 <2021 종로한복축제>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종로한복축제>는 우리나라 전통 생활문화의 상징인 한복의 멋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복 입기 생활화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2016년부터 시작한 행사입니다. 올해 축제는 10월 9일부터 10월 24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합니다. 올해 특별히 진행된 '종로한복길 프로젝트'는 '입고 싶은 한복, 걷기 좋은 종로'라는 주제로 3가지 종로한복길을 지정하고, 길을 따라 종로구의 모든 곳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전시와 이벤트 등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종로한복길은 '전통 그리고 일상', '자연과 재생',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각각 서순라·원서동길, 부암·청운·서촌길, 북촌·삼청동길로 나뉩니다. 종로문화재단의 문화탐사대 '종로픽플'이 북촌·삼청동길을 직접 걸어봤습니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시간이
공존하는 북촌·삼청동길
북촌·삼청동길은 광화문에서 시작해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정독도서관, 백인제가옥, 감고당길을 걷는 코스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코스의 중간 지점인 북촌마을안내소에서는 축제의 영상 콘텐츠 상영과 함께 <2021 종로한복축제> 토퍼 엽서 인증 이벤트가, 마당에 청사초롱을 걸어 축제의 메인 포토존으로 꾸며진 백인제가옥에서는 관련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지금부터 종로픽플의 북촌·삼청동길 투어를 시작합니다!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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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5번,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서울의 랜드마크 '광화문'은 조선왕조의 법궁(法宮: 임금이 있는 궁궐)인 경복궁의 정문입니다. 경복궁과 함께 조선 건국 직후인 1395년(태조 4년)에 건립됐으며 조선 왕실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건축물입니다. 오늘날의 광화문은 넓은 대로와 긴 횡단보도, 건물 뒤로 탁 트인 하늘 덕분에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장소입니다. 최근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Imagine your Korea'의 시즌 2 'Seoul' 편 뮤직비디오에서 모델이 한복을 입고 광화문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이 등장해 광화문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큰 반가움을 선사했습니다. 여러분도 광화문 주변에 즐비한 한복대여점에 들러 예쁜 한복을 입고 뮤직비디오 속 모델처럼, 그 옛날 한양을 거닐던 선조들처럼 종로한복길의 여정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광화문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광화문에서 지하철 안국역 쪽으로 잠시 거닐다 보면 경복궁 사거리에서 마주하는 조그만 건축물, '동십자각'입니다. 동십자각은 경복궁 동남쪽 모서리에 위치해 궁궐의 망루의 역할을 했던 건축물로 1867년(고종 4) 경복궁 복원 당시에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경복궁 앞으로 길이 나면서 경복궁 담장이 철거됐고 동십자각만 길 한가운데 달랑 남게 됐습니다. 경복궁이 복원된 이후 현재는 사직로와 삼청로가 만나는 길 가운데에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동십자각을 구경할 수는 없지만, 멀리서 바라보며 느끼는 동십자각과 고층 빌딩의 조화로운 풍경은 도심 속에 살아 숨 쉬는 역사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동십자각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1
동십자각에서 돌담을 따라 길을 올라가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건춘문'은 임진왜란 때에 경복궁과 함께 타버린 후 조선 고종 2년(1865)에 경복궁의 동문(東門)으로 중건됐습니다. 이 문은 왕족의 친척인 종신(宗臣)과 궁 안에서 일하는 상궁들만 드나들던 통용문으로 사용됐으며, 대궐에 열병을 위한 비상의 첩종(疊鐘)이 울리면 왕을 직접 모시고 있던 시신(侍臣)들이 모여 명령을 기다리던 곳이기도 했답니다.
건춘문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건춘문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웅장한 규모의 '국립민속박물관'이 보입니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사회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생활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터전'을 목표로 세워진 박물관입니다. 옛 선조들과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부터 일생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습을 조사·연구하고 유물을 수집·전시·보존하고 있으며 국내 박물관은 물론, 전 세계 박물관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추억의 거리'는 국립어린이박물관 개관에 맞춰 1960~70년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거리를 야외 전시장에 실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한복을 입고 이곳의 근대화연쇄점, 다방, 만화방, 이발소, 사진관 등을 둘러보면, 당시의 생활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과거로 돌아간 듯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립민속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37 | 누리집 바로가기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했다가, 1986년 현재의 과천 부지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과 야외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으로 완공·개관함으로써 한국 미술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3년 11월, 과거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전시실을 비롯한 프로젝트갤러리, 영화관, 다목적홀 등 복합적인 시설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건립·개관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온라인 사전 예약 후 관람할 수 있으며 현재는 거리두기 관람으로 모든 전시가 무료예요. 특히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30 | 누리집 바로가기
'정독도서관'은 1977년 1월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에 개관해 50만여 권의 장서와 2만 5천여 점의 비도서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입니다. 정독도서관 부설 서울교육박물관에는 1만 4천여 점의 교육 사료를 소장하고 있죠. 대학교 캠퍼스같이 넓은 도서관 곳곳에는 책을 앉아서 볼 수 있는 벤치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녹음이 우거져 있습니다. 단풍이 드는 가을이나 벚꽃이 피는 봄철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정말 그림 같은 사진이 연출되는 데이트 명소이기도 해요. 도서관에서 나와 길을 건너지 않고 북촌전시실로 향합니다.
정독도서관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48 | 누리집 바로가기
가회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북촌전시실'은 서울교육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규모는 작지만, 그림책 원화, 천연염색과 전통공예 등 북촌 나들이의 매력을 더하는 전시가 열리는 곳입니다. 그 옆에 있는 '북촌마을안내소'는 예전에 정독도서관의 진입을 막고 북촌 고갯길의 경관을 해치는 건축물이었지만, 종로구에서 정독도서관 축대벽 정비 등을 추진했습니다. 새롭게 탈바꿈한 이 곳은 국토와 도시공간 경관디자인의 창의적 조성 사례를 평가하는 국토경관디자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단순한 관광안내소가 아닌 북촌 일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공공건축물이 됐습니다.
북촌전시실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5길 48
북촌마을안내소를 지나 걷다 보면 윤보선 가옥과 함께 북촌을 대표하는 근대 한옥, '백인제가옥'이 나옵니다.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백인제가옥은 1913년 일제 강점기 때 전통 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건축됐는데, 당시 조선총독부 총독과 권력가들이 이곳에서 연회를 즐겼다고 하죠.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저택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944년에는 백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소유였다가, 2009년에 서울시가 매입하고 2015년 11월 18일부터 역사가옥박물관으로 개관해 시민들에게 개방됐습니다. 이 가옥은 전통 한옥과 달리 사랑채와 안채를 연결하는 복도가 있고, 안채 일부가 2층으로 지어져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는데요. 방별로 거주했던 가족 구성원의 생활에 맞춰 전통 목가구와 병풍 등 소품 150여 점, 백인제 박사와 관련된 자료와 수집품 30여 점 등을 전시했습니다.
백인제가옥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7길 16 | 누리집 바로가기
인사동과 북촌을 연결하는 '감고당길'은 옛 풍문여고 정문에서 정독도서관까지 이르는 440m의 길로 예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길 이름은 숙종 임금이 인현왕후의 친정을 위해 지어준 집인 '감고당(感古堂)'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당시 북촌에는 궁궐과 가까운 지리적 특징 때문에 권세가와 부유층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이곳이 감고당 터였다고 알리는 비석만 남은 돌담길을 따라 학교, 도서관, 카페와 음식점, 갤러리가 어우러져 예스러움과 현대적인 정취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감고당길 |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2021년 7월,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은 옛 풍문여고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해 건축한 한국 최초의 공예 전문 박물관입니다. 박물관 터는 조선시대 왕가의 저택으로 사용되거나 왕실 가례와 관련된 장소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며, 수공예품을 제작해 왕실과 중앙관청에 납품하던 '경공장(京工匠)'들이 활동한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가 지닌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역동적인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여 점의 공예품과 공예자료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공예에 관련된 인적·물적 자원을 연구해 공예자원관리 시스템과 공예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현대공예, 지역공예, 어린이 공예 등 다양한 공예 전시와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 등을 선보입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넓은 잔디밭으로 된 공예마당에 서서 카메라를 켜면 쾌청한 하늘과 공예품처럼 보이는 건물을 배경으로 색다른 분위기의 사진도 남길 수 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 누리집 바로가기
이번 종로한복길 프로젝트는 오늘 저희가 소개해드린 북촌·삼청동길, 원서·서순라길, 청운·부암동길까지 총 세 개의 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종로에는 한복을 입고 걷기 좋은 숨은 명소가 많습니다. 서순라·원서동길은 세운상가에서 시작해 종묘, 한국황실문화갤러리, 돈화문국악당을 거쳐 고희동미술관과 원서동빨래터로 이어지는 코스로 전통문화와 현대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순라길에 있는 갤러리 소연에서는 업사이클링 한복 꽃 주제 전시와 한복에 어울리는 공예 작품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고희동미술관에서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와 협력해 10월 4일부터 10월 11일까지 고희동 화백의 작품과 전통 문화상품을 함께 감상하는 <가을 마중> 전시를 선보입니다.
부암·청운·서촌길은 무계원에서 시작해 윤동주문학관, 인왕산 자락길, 초소책방을 거쳐 수성동계곡과 상촌재로 이어지는 코스로 도심 속에서 한옥의 고즈넉함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무계원에서는 9월 17일부터 10월 24일까지 <발 끝에 핀 꽃, 화혜장> 전시를, 상촌재에서는 10월 5일부터 10월 17일까지 <때때옷 입고 꼬까신 신고> 전시를 선보이며,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초소책방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 종로픽플이 소개한 북촌·삼청동길은 브이로그 영상을 통해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전통과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오래도록 걷고 싶다면 고운 한복 빛깔로 물든 종로로 오세요!
<투어 브이로그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