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문과 산이 이루는 절경 사이에 자리한 종로구를 걷다 보면 우리 전통의 예스러움을 간직한 공간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 공공문화시설인 도서관 역시 종로구만의 고즈넉함을 닮아 있어 책을 사랑하는 구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푸르른 산자락 및 한옥의 멋을 간직한 청운문학도서관과 우리 전통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우리소리도서관, 보통의 일상에 특별함을 더할 이색 도서관 여행, 함께 떠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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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자락에 있는 청운문학도서관은 종로의 매력이 듬뿍 담긴 한옥 건물, 폭포가 내다보이는 독서 스팟, 다양한 문학 서적까지 여러 가지 매력을 가진 도서관입니다. 경치도 즐기고 책도 읽으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에 알맞은 곳이죠. 바로 근처에 북악산도 있어 등산객들이 많이 들르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가는 길목에는 윤동주문학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도 좋습니다. 북악산이 한눈에 보이는 풍경 덕분에 가는 길이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자연에 둘러싸인 한옥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산자락에 도서관이 지어졌을까 궁금했는데, 원래는 이곳에 청운공원 관리소로 쓰이던 낡은 건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2013년에 그 건물을 허물고 도서관을 짓기 시작했고, 2014년에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지는 지금의 청운문학도서관이 완공됐다고 합니다.
청운문학도서관에는 한옥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상량’입니다. 상량은 한옥 지붕 한가운데에 있는 마룻대를 말합니다. 한옥을 지을 때, 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처마 도리와 중도리를 건 뒤 마지막으로 마룻대는 올립니다. 건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서 마룻대를 올릴 때 '상량식'을 합니다. 과거에는 집을 같이 짓던 사람들이 다 같이 음식을 만들어 신에게 기도하며 잔치를 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룻대를 보면 대개 완공 일자나 상량을 올린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날짜 위에는 용 용(龍)자, 아래에는 거북 구(龜)자를 써서 영험한 동물의 기운을 빌어 거주할 사람의 수복을 기원하고, 집을 화재로부터 지키는 등 집을 축복하기 위함입니다. 청운문학도서관의 상량에는 "2013년 11월 29일 상량"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13년에 공사를 시작해 14년도 11월에 완공했다고 하니, 뼈대를 만들고 도서관을 열기까지 1년 이상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상량에 대해서는 무계원과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오랫동안 일해오신 시설 관리자님이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요. 지금까지 청운문학도서관에 오셨던 분 중 딱 세 분만이 이 상량을 주의 깊게 올려다보셨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상량을 찾아보세요.
이 도서관에서 첫눈에 반한 멋진 독서 스팟이 있습니다. 바로 자연 속 정자인데요. 정자 바로 앞에 폭포가 있어 떨어지는 물을 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용 인원에 제한이 있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여기서 읽으면 어떤 책이든 인생의 페이지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 날에 한가롭게 폭포를 감상 중인 분이 있으셨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주 멋졌습니다. 책을 읽다가 폭포 흐르는 물에 시선을 빼앗겨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 같은 정자 공간, 종로구 베스트 독서 스팟으로 추천합니다.
원래는 한옥 방마다 각종 프로그램도 열리고 도서 열람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잠시 닫혀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살아 있습니다. 이제 도서관 건물로 들어가 볼게요. 건물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아래층에 내려가면, 어린이열람실과 일반열람실이 나옵니다. 일반열람실에 책상과 독서대가 준비돼 있고 양쪽 벽에는 예술서들이 가득 꽂혀 있었습니다. 평일 낮이었는데도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시민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등산객분들, 40~50대 이용자분들, 주변 학교의 학생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또,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도서관'인 만큼 시, 소설, 수필, 문학 평론 등 문학 자료를 중심으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세계문학·한국문학 서가 외에도 다양한 정기간행물을 비치해 읽을거리가 많아 보였습니다.
서가 중간중간에도 책 읽기 좋은 소파와 독서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날이 화창하면 열람실과 연결된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야외 독서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창문 앞에는 대나무가 많은 테라스가 있는데 이곳에서 공부하면 공부가 무척 잘 될 것 같았어요. 차분하고 답답하지 않은 분위기라 독서나 공부에도 좋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학교 도서관이나 카페가 끌리지 않는 날에는 청운문학도서관 열람실을 이용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대중교통으로 오실 때는 경복궁역 3번 출구, 광화문역 2번 출구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1020번, 7022번 탑승 후,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 내리시면 가깝습니다. 도서 대출은 최대 5권까지 15일간 가능하고, 대출 연장은 전화나 홈페이지로 1회 연장할 수 있습니다. 대출증이 없는 분들은 관내 PC로 종로구립도서관 회원가입 후 발급받으시거나, '서울시민카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종로구립도서관'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실물 카드를 만들지 않아도 바코드로 간단하게 대출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합니다.
책 고르는 꿀팁 하나 소개해드리자면 '신간 도서' 코너나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추천 도서' 코너를 잘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매월 짤막한 사서 서평과 함께 어린이·청소년·성인 추천 도서를 한 권씩 선정하고 있어 도서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신간과 추천 도서를 통해 독서 습관의 지평을 넓혀보세요. 추천도서는 관내 열람만 가능하고 대출은 불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자연의 멋, 그 속에 숨겨진 멋진 독서 스팟과 쾌적한 시설, 좋은 장서를 갖춘 청운문학도서관에서 고즈넉한 문학의 정취를 흠뻑 느껴보세요.
화~일 10:00~19:00 | 매주 월 휴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 070-4680-4032
익선동 국악로에 있는 우리소리도서관은 아늑한 공간, 다양한 국악 자료, 주변 볼거리까지 가득합니다. 우리소리도서관은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 건물 4·5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맛집이 모여 있는 익선동 한옥 거리와 마주하고 있으며, 근처에 창덕궁, 서울우리소리박물관, 돈화문국악당, 서순라길 등 볼거리가 많아 천천히 둘러보기에도 좋습니다. 책과 국악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도서관은 5층에, 각종 도서관 프로그램이 열리는 다목적실, 국악누리방, 소리사랑방은 4층에 있습니다. 우리소리도서관이 이곳에 만들어진 건 과거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조선성악연구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한국 전통성악의 계보를 잇고자 활동한 조선성악연구회는 판소리, 기악 중심의 공연 활동, 연구, 교육활동을 전개했던 전문 전통음악 단체입니다. 대중적인 창극 문화를 주도해 다시 대중문화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창극사적으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 조선성악연구회의 집결지였던 곳이 바로 우리소리도서관 근처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목청 높여 노래하던 국악인들의 얼을 이어받아 다시금 도서관에서 국악의 선율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감동적입니다. 도서관에서 가장 오래된 귀중 자료의 하나인 축음기(SP) 음반에는 조선성악연구회의에서 활동하던 이화중선, 이소향, 오태석의 목소리가 담겨있으며 특별 전시장에 보관 중입니다.
우리소리도서관의 보유 장서는 4,385권입니다.(2021년 7월 31일 기준) 국악 특화 도서관인 만큼 국악 자료를 우선으로 하여 구입·비치합니다. 우리 소리에 관한 연구 자료를 비롯해 CD·LP·음원 파일 등 다양한 비도서 자료와 일반 도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십진분류표대로 다양한 도서가 비치되어 있고, 매달 새로운 자료가 입고 됩니다. 800번 대의 문학 코너에서는 최근에 발간된 신간들과 여러 권의 한국문학·세계문학 도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소리도서관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국악 음반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5대 판소리에 속하는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자료를 포함해 경기민요 LP집 등 수많은 음반 자료는 표지도 아름답고, 뒷면에는 수록된 곡의 가사가 적혀 있어 보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악학궤범』, 『한금신보』 등 아주 오래된 사료의 복사본도 열람할 수 있었는데요. 『악학궤범』은 1493년(성종 24년) 왕명에 따라 제작된 악전(樂典)으로, 궁중음악은 물론 당악, 향악에 관한 이론 및 제도, 법식 등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또한, 영조시대 때의 영인본도 비치되어 있습니다. 한문으로 된 영인본이지만 여기에도 <처용가>,<여민락>,<동동> 등 궁중의식에서 연주하던 아악, 당악, 향악에 관한 정보를 그림으로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악기, 의상, 무대장치, 무용의 방법, 음악이론 등도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 제본법인 '오침안정법'으로 종이를 접어 책을 엮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침안정법'은 책의 등 쪽에 다섯 개의 구멍을 뚫고 무명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방식입니다. 이처럼 귀중한 자료를 주민센터와 인접한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고 만족스러웠습니다.
책 서가에는 우리나라 전통악기가 놓여 있었는데요. 장구, 박, 가야금, 나각, 태평소, 해금 등 음악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악기를 직접 볼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특히 나각이 정말 멋있었는데 소라껍데기의 끝부분을 갈아 취구를 달고 소리 내는 관악기로 군대 음악이나 신호, 농악 등에 사용된 전통악기라고 합니다. 한편에는 우리나라의 모습과 전통문화를 다룬 외국어 자료도 있었습니다. '국악로'는 관광지로 유명해 외국인들도 많이 오가기 때문에 열람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악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한 부분이자 정체성과 연결된 만큼 국악·한국학 관련 자료를 우선순위로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소리도서관에서는 오전 10~12시, 오후 14~17시에 듣고 싶은 국악을 신청하면 LP, CD 플레이어를 이용해 감상할 수 있으니 시간 맞춰 방문해 보세요.
도서관 한편에는 독서 공간이 있고, 빈백이나 바닥에서도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열람실에는 CD 플레이어가 있어 헤드폰으로 음악 감상도 가능하며, 아이와 함께 방문하시는 분들은 어린이열람실 이용도 가능합니다. 4층 국악누리방, 소리사랑방, 다목적실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프로그램 진행이 어려워 사람들의 발길은 뜸하지만, 야외공연장과 마찬가지로 대관할 수 있습니다. 그중 소리사랑방은 이름처럼 아늑하고 쾌적한 곳이었는데요. 이곳에 등록된 동아리라면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종로구민 2인 이상을 포함한 4인으로 구성, 국악이나 독서 분야로 활동하는 동아리는 모두 해당됩니다. 또한 국악누리방에서는 민요 공연 등이 진행되는데, 올해 진행된 <민요 사색> 프로그램은 유튜브 라이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전통악기의 옛 모습과 국악로의 역사를 전시한 4층 복도를 지나며 잠시였지만 긴 시간을 통과해온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오실 때는 종로3가역 6, 7번 출구, 안국역 4, 5번 출구.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109, 601, 7025번 탑승 후, 서울돈화문국악당 정류장에 내리시면 가깝습니다. 종로 01, 02 마을버스를 타신다면 낙원상가 정류장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5층 도서관 입구에 보면, 서울시민카드와 종로구립도서관 회원가입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는데 가입 후 바로 대출이 가능합니다. 또한 종로구립도서관 홈페이지 회원이라면 희망 도서도 신청할 수 있으니 보고 싶은 책을 다 구매하기 어려울 때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국악 관련 공부를 하고 계신 분이라면 우리소리도서관에서 유용한 자료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에는 우리소리도서관의 국악 정규 강좌, 국악 태교 강좌 등 여러 국악 관련 프로그램들이 준비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월~토 09:00~18:00 | 매주 일, 법정공휴일 휴관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30길 47 4, 5층 | 070-4550-5015
다양한 책과 아늑한 분위기, 아름다운 풍경과 선율을 만날 수 있는 종로구 도서관을 둘러봤습니다. 여유가 필요한 요즘, 종로구의 숨은 보석 같은 이색 도서관에서 잠시 다른 세계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