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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X PEOPLE | 공놀이클럽 X 9인의 아해들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출연진 & 연출가 인터뷰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5-04-06 08:17:43
  • 조회 : 421
ART X PEOPLE | 공놀이클럽 X 9인의 아해들 |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출연진 & 연출가 인터뷰

어린 시절, 여러분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부모님은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두려움은 나이를 먹고 세상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현실적인 무서움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마주하는 무서움을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담은 작품입니다. 공놀이클럽의 강훈구 연출가는 이상의 난해시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13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했는데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0명의 어린이 배우들은 대본 작업부터 연기까지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초연한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이 아동극 최초로 제61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면서 또 한 번 아이들극장을 찾았습니다. 공놀이클럽과 함께 연극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 험난했던 지난 여정을 되짚어봤습니다.

강훈구 연출
강훈구
(연출)
이지민 배우
이지민
(배우)
남재국 배우
남재국
(배우)
류세일 배우
류세일
(배우)
오예현 배우
오예현
(배우)

어린이의 시선으로 보는 이상의 ❬오감도❭

Q. 공놀이클럽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강훈구이름 때문에 조기축구회로 오해받기도 하는데 저희는 말 그대로 '공놀이처럼 연극을 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극단이에요. 어렸을 때 운동장이 아닌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 특별한 규칙 없이도 친구들과 자유롭게 공놀이를 했는데 그때처럼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공을 던지듯 노는 것처럼 연극을 만들고 있어요. 어린이 연극으로 시작한 극단은 아닌데 이름 때문인지 어린이 연극을 할 기회가 많이 생겼고 저희도 어린이 연극을 하면서 공놀이클럽만의 정체성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을 놀이처럼 바라봐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고 특히 이번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재공연을 준비하면서 놀면서 연극을 만드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이번에 재공연으로 선보이는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의 기획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강훈구2019년에 ❬폰팔이❭라는 작품을 선보였어요. 계급으로 얼룩진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에 지배 당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으로 당시 아이들극장 예술감독이셨던 김숙희 예술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보시고 어린이 연극을 해보는 게 어떤 지 제안해 주셨어요. ❬폰팔이❭가 청소년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보기엔 직설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이 많아 처음에는 우리와 어린이 연극이 맞을까 고민했는데 김숙희 감독님께서 어린이 연극이라고 무조건 교훈적이지 않아도 된다면서 용기를 주셨어요. 2021년 아이들극장에서 한글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돌아보는 연극 ❬바다쓰기❭를 공연했고 그게 인연이 돼 지난해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를 선보였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들로 어린이 연극에서 성인 배우들이 극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바다쓰기❭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어린이 연극이면 무대 위 주인공도 어린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당사자성을 가진 배우들, 가령 외국인 노동자 역할엔 실제로도 외국인 노동자인 배우가, 할머니 역할엔 현실에서도 할머니인 배우가 나오는 날것의 연극을 만들고 싶었어요. ❬바다쓰기❭에서도 한 명의 어린이 배우가 중심이 돼 극을 진행하는데 그렇게 하니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드라마터그 역할을 하게 되더라고요. 장면을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어린이 입장에서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고 그런 실질적인 피드백 때문에 더 현실감 있고 관객들에게 와닿는 내용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Q.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와 작품 제작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강훈구대학 때 국문학을 복수 전공했는데 근대 문학가들의 작품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특히 종로를 기반으로 두고 활동했던 문학가들이 많은데, 가장 유명한 시인이자 극적인 삶을 살았던 작가 이상의 작품을 연극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상은 종로에서 태어나 조선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일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 ❬오감도❭는 당시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는 독자들의 항의로 조기 중단되고 지금도 학자들의 해석이 분분해요. 원문은 '13인의아해가도로를질주하오'로 시작하며 끊임없이 '아해', 즉 아이라는 말로 진행되는데 정작 어린이를 중심으로 ❬오감도❭를 해석한 작품은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직접 이 시의 의미를 묻고 무대에서 그들이 주인공이 돼 내용을 풀어가는 공연을 기획하게 됐어요. 작품을 구체화하기에 앞서 시중에 나와 있는 ❬오감도❭와 이상에 관한 책, 관련 논문을 모두 살펴봤어요. 일부 학자들은 프랑스 문학가인 장 콕토(Jean Cocteau)의 소설 '앙팡 테리블(Les enfants terribles)'과 비교했는데 어린이들의 공포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그들이 왜 무서워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탐구한다면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극복이 모여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우리가 어렸을 때는 남 눈치 안 보고 이상한 짓을 많이 하는데 자라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상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잖아요. 연극 속 어린이들의 이상함을 보면서 여전히 내 안에 남겨진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고 위로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연극도 조금 이상합니다.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워크샵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워크샵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워크샵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워크샵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워크샵 Ⓒ아이들극장

Q. 제작에 앞서 어린이 배우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수업이 있었고 이를 작품에 어떻게 반영하셨나요?

이지민❬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속 어린이 배우들은 모두 연기 경험이 없어요. 극장이란 공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다 보니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연습실이 아닌 극장에서 작품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습니다. 무대를 놀이터처럼 밟고 놀면서 극장 문법과 친해질 수 있도록 했고 하루는 음악, 그다음 수업에서는 미술을 주제로 배우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배우라는 역할에 서서히 스며들도록 만들었죠. 또 외부 강사님을 초청해 작가 이상의 작품 세계와 역사적인 배경을 톺아보는 수업도 진행했는데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감각적인 부분을 캐치하며 자기도 모르게 장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죠.

남재국작품의 가장 큰 메시지가 무서움, 두려움이라서 '내가 무서워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른 배우들은 솔직한 고민과 실제로 다가오는 무서움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린이들의 경우 처음에는 굉장히 피상적인 이야기, 가령 '숙제가 무섭다' 같은 답변들이 많았어요. 어른 배우들이 쓴 글을 같이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다시 글쓰기 시간을 가지니 '무서운 생각이 드는 어둠이 무섭다', '갑자기 뭔가가 튀어나올 것 같은 골목길이 무섭다'처럼 구체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이 무척 많이 나오더라고요. 어린이들의 답변은 작품에 반영됐는데 그런 변화를 보는 것도 뜻깊었고 더 의미 있는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강훈구배우들이 쓴 내용을 바탕으로 13개 장면을 구성했고 어린이 배우들이 중심이 돼 각각의 장면들을 이끌어가는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공포부터 시작해 극이 진행될수록 전쟁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 같은 사회적인 공포, 인간의 보편적인 공포로 나아가도록 했어요. 또 처음과 끝을 달리기 장면으로 배치했는데 두려움에 가득 차서 달리던 어린이가 마지막에는 기쁨과 환희를 느끼며 달리는 장면을 통해 무서워하던 아이가 무서운 아이가 되는 모습을 나타내려고 했어요.

남재국말로는 금방 정리되지만, 사실 초연을 준비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들과 함께 장면을 고르고 내용을 구성하다 보니 혼돈의 카오스였죠. 장면 후보가 스무 개 정도 있었는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 장면도 넣었다가 삭제되고, 한 친구는 자기 장면만 없어 속상해할 때도 있고 조율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저희도 뭔가를 확정적이게 생각하기보단 넣었다 빼고, 고치길 거듭하면서 작품을 완성해갔던 것 같아요. 또 특정한 놀이가 주어졌는데 '뭔가를 완성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해서 놀자'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점점 장면이 되더라고요.

이지민글쓰기 시간 때도 과제를 하는 게 아니라 '제한 시간 1분 줄 테니 빈 종이를 꽉 채워보자'하면서 놀이처럼 접근했어요. 그게 한 달이 넘어가니 어린이 배우들이 "대체 연극은 언제 하냐"라며 불안해했는데 저는 무척 좋은 작품이 될 거란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리고 무대에 선 경험이 없는 친구들임에도 조금씩 진지한 모습들이 보이고 후반으로 갈수록 혹독해지는 연습 과정을 견디며 배우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 나이 차이는 많이 나도 같은 동료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함께 그 과정을 돌파했다는 게 개인적으로도 무척 감동적인 경험이었어요.

류세일오늘 인터뷰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이주안이란 친구가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랑 하는 짓이 너무 똑같은데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은 장면을 하나 맡아 끌고 가는데 자기만 대사가 없다면서 제게 고민 상담을 하더라고요. 작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여건으로 몇몇 장면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연극은 대사가 아니라 존재감이다. 믿어라. 네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말해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공연 날 그 친구가 대사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만큼 너무나도 멋지게 자기 역할을 소화하더라고요. 다들 그 친구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저도 뿌듯했죠.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 Ⓒ아이들극장

어린이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연극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오예현공연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각자의 두려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때 저는 저희 부모님에게서 전화 오는 게 무섭더라고요. 항상 내가 의지하기만 했던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자식에게 기대고 나를 계속 찾는 게 두려웠는데 그 얘기가 연극에 반영됐어요. 극 속에 주말 아침에 아빠를 막 깨우지만 피곤한 아빠가 끝까지 안 일어나는 장면, 나중에 커서는 부모님 연락을 안 받는 장면을 병치 시켰는데 이 장면을 만들기에 앞서 어린이들이 꿈쩍하지 않는 류세일 배우를 일어나게 하는 놀이를 했어요. 간지럼을 태우고 꼬집으면서 류세일 배우를 깨우는데 갑자기 어렸을 적 제 모습이 생각나 울컥하더라고요. 또 그 놀이를 하기 전날에도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제가 못 받았거든요. 부모님들 전화하면 맨날 '밥 먹었냐'고 물어보시잖아요. '잘 지내고 밥 꼬박꼬박 잘 챙겨 먹어'. '알겠어.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늘 이런 식으로 답하던 제 모습이 생각났는데 그 얘기를 연출가님께 말씀드리면서 장면으로 태어나게 됐어요. 아마 어른 배우랑 했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린이 배우랑 하니 제 어렸을 때의 모습이 번뜩번뜩 생각나고, 관객들도 이 장면에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이지민저는 어린이 배우들 간의 싸움을 제가 중재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역시 장면을 만들기 전에 놀이처럼 접근했는데 싸움의 원인은 연출가님이 배우들에게만 각각 전달하고 저는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두 사람을 중재해야 되는 거예요. 한 친구는 '내기를 했는데 얘가 부당하게 게임을 해서 돈을 뺏어갔다'. 한 친구는 '아니다. 정당하게 이겨서 받은 돈이다.' 이렇게 싸우는 상황인데 둘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고 점점 감정에 몰입해 큰소리로 싸우는 모습을 보니 실제 상황이 아님에도 점점 현타가 오더라고요. 그 자체로 굉장히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탄생했어요. 보통 즉흥적인 상황이 대본화되면 처음에 느꼈던 생기가 많이 없어지는데 이 장면의 경우, 두 배우가 너무 진지하게 임하고 소리 지르면서 고조된 열기가 장면 안에 고스란히 담겼어요. 저희들도 더 연기에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저희 작품에도 '어린이 연극'이라는 말이 붙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린이극과 비어린이극이 다른 부분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주요 관객인 어린이들을 이해시킬 방법에 대해 고민할 뿐이지, 어린이극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진 않거든요. 오히려 어른들에게도 어떤 부분을 건드리거나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죠.

강훈구저도 무척 공감 가는 이야기인데 어린이 연극이나 어린이 영화는 어린이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극장에 어린이만 넣어놓고 나중에 끝날 때 부모님이 데리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연습을 하다가 문득 저희 모습이 굉장히 이상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 선생님이 아닌 어른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풍경이 됐잖아요. 지역과 젠더, 정치색, 세대별로 모든 게 나뉘어 있는 지금, 그 누구도 구별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인기 있는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극으로 만드는 게 훨씬 이득이다 보니 그런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공공의 노력으로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작품을 보고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 서로 질문할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공놀이극단과 어린이 배우들 Ⓒ아이들극장
공놀이극단과 어린이 배우들 Ⓒ아이들극장

공놀이클럽과 어린이 배우들 Ⓒ아이들극장

Q. '제61회 동아연극상'을 수상하신 소감과 공연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씀해 주세요.

강훈구심사평 중에 "❬오감도❭라는 가장 어려운 시를 가장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라며 좋게 평가해 주셨고 응원한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는데 무척 감사했어요. 난해한 이 시를 어린이들과 풀어낸다는 기획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린이극과 비어린이극, 상업극과 비상업극, 아마추어 연극과 프로 연극으로 나뉘지 않는 작품, 경계를 허무는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가끔 조카들 학예회를 가면 어린이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행복해요. 이 친구들이 열심히 연습한 결과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고, 실수 연발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프로 연극이라면 특정한 기준을 두고 공연을 평가하겠지만, 미숙한 이 친구들의 무대를 그저 학예회처럼 함께 즐기고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아요.

오예현관객의 몰입도가 다른 연극과 달랐던 것 같아요. 엄숙한 자리가 아닌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관객의 반응도 극 속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무척 좋았어요. 특히 관객과 배우 모두 어린이다 보니 장면 하나하나에 몰입하는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다른 어린이 배우에게 '그게 뭐야?', '왜 그렇게 생각해?' 이런 식으로 계속 다그치며 질문하는 장면이 있는데 맨 앞줄에 있던 아이가 나지막하게 "아 왜 저래"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장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리액션이라 저도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공연 관람 문화에 대해 여러 말들이 오가는데 너무 엄격하게만 바라보지 말고 여유를 갖고, 공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류세일저는 이 연극이 무서움을 극복하는 것 외에도 위험을 배우는 연극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어렸을 때는 놀이터가 굉장히 위험한 장소였어요. 구름사다리에서 발을 헛디뎌서 떨어져 팔에 깁스하고 오는 친구들 정말 많았잖아요? 놀이터뿐만 아니라 무릎 까지고 긁히고 하는 게 일상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요즘 놀이터는 정말 안전하더라고요. 바닥에 넘어져도 안 다치는 소재로 만들어져 있고 부모님들도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강조하시죠. 그러다 보니 점점 두려운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다치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 배워가는 것도 있고 또 위험한 게 재밌기도 하거든요. 이 연극도 무대 위에서 내가 실수할까 봐 걱정되고 무섭지만 그렇기 때문에 재밌는 거거든요. 상처를 입어야 치료하는 법을 배우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위험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강훈구처음 연극을 준비할 때 어린이 배우나 어른 배우 모두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고 이름 뒤에 '배우님'이라는 말을 붙이기로 약속했어요. 어린이 연극이라고 구분 짓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저는 어른이 사는 세상과 어린이가 사는 세상이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대통령이 계엄을 한 것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 것도, 성범죄 사건이 일어난 것도 어린이들 역시 다 보고 접해요. 또 최근에 있었던 초등학생 살인사건처럼 어린이들 주변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죠. 흉흉한 소식이라며 어른들이 감추면 그에 대한 공포심은 더 생겨날 거예요. 그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혼자 맞닥뜨릴 때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공연을 찾을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며, 공놀이클럽의 계획과 목표를 들려주세요.

강훈구초연 때 워크숍과 놀이를 반복하며 장면을 즉흥적으로 만들다 보니 시간이 많지 않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이번 재공연은 아쉬웠던 부분을 정교하게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장면의 경우 13개 중 몇몇 장면을 교체할 생각이에요. 여러 아이디어가 있어요.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싶고, 최근 이슈가 됐던 '7세 고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가 공감 가는 이야기를 작년처럼 워크숍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함께 만들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공놀이클럽은 지난해 초연한 ❬말린 고추와 복숭아 향 립스틱❭이 좋은 평가를 받아 9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재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남재국, 류세일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라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이 연극을 시작하면서 제가 어렸을 때 당연하게 갖고 있었던 여러 질문과 고민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나는 지금 행복할까', '얼마를 벌어야 성공하는 걸까',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게 좋을까'부터 시작해 '나는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데 왜 기후 위기는 해결되지 못할까'라는 질문까지 희곡을 쓰면서 내가 했던 고민을 다시 복기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미숙하지만 함께 답을 찾을 수 있는 작품, 어린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MINI INTERVIEW 아해들의 지난 두려움 & 오늘의 두려움

이서윤작년에는 저희가 준비한 ❬이상한어린이연극-오감도❭를 많이 보러 오실까, 안 오시면 어떡하지 무서웠는데 올해는 이번 재공연이 진짜로 마지막 공연이 될 것 같아 무서워요.

김찬유작년에는 지각하면 그 시간만큼 책을 읽게 시키셨던 담임 선생님이 무서웠는데 올해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저만 귀엽지 않은 것 같아서 무서워요.

박나연작년에는 해파리나 불가사리 같은 바다 생물들이 무서웠는데 올해는 헤어짐이 무서워요. 이번에 재공연을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 행복했는데 공연이 끝나면 또 헤어진다는 게 너무 슬퍼요

김지은작년에는 연극 연습할 때 제대로 못하는 게 무서웠어요. 혼나기도 했는데 엄마가 혼날수록 더 잘할 수 있다고 하셔서 괜찮아졌어요.

박지안작년에는 연극 대사가 틀릴까 봐 무서웠고 자고 일어났을 때 집에서 불이 나 있을까 봐 걱정됐어요. 올해는 딱히 무서운 건 없는데 담임선생님이 조금 무서워요.

김강민작년에는 귀신을 볼까 봐 무서웠는데 올해는 전쟁이 날까 봐 무서워요. 우리나라는 휴전 중이니까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을 것 같아 두려워요.

박아윤작년에는 저도 귀신이 무서웠는데 4학년이 되니 학원에서 공부 못하는 반으로 배정될까 봐 무서워요. 시험을 못 보면 다른 친구들이 비웃을 것 같아 걱정돼요.

민유경작년에는 제가 나중에 커서 어떤 모습일까 미래가 무서웠는데 올해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좋은 모습으로 바라봐 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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